리플(XRP)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법정 공방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SEC의 암호화폐 소송 기조가 변화하는 가운데, 일부 전문가들은 리플 사건이 조기 종결되거나 합의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최근 SEC는 코인베이스(COIN)의 항소 요청에 대해 반대하지 않는 태도를 보였으며, 이는 이전 SEC 위원장 게리 겐슬러(Gary Gensler) 체제와는 상반된 입장이다. 이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SEC가 암호화폐 기업들에 대한 전반적인 규제 전략을 수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메타로우맨(MetaLawMan)이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는 친(親) XRP 변호사 제임스 머피(James Murphy)는 "SEC가 암호화폐 관련 소송에서 보다 유연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 감지된다"며 "만약 뉴욕 제2순회항소법원이 코인베이스의 항소를 받아들인다면, SEC 역시 기존 입장을 철회하거나 합의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리플 측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 리플 최고경영자(CEO)와 회동을 가진 데다가, 리플이 정치권에 자금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 사건 해결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SEC의 향후 행보에 있어 중요한 변수는 새로운 리더십이다. 현재 SEC 위원장은 공식적으로 임명되지 않은 상태이며, 3~4월 중 새 위원장이 지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머피 변호사는 "트럼프 행정부가 임명할 가능성이 높은 인물로 폴 앳킨스(Paul Atkins)가 언급되고 있으며, 그는 상대적으로 덜 논란이 되는 인사"라고 전했다. 다만, SEC 내부적으로 헤스터 피어스(Hester Peirce)와 마크 우예다(Mark Uyeda) 위원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한을 갖고 있어, 새 위원장 임명 전에도 정책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최근 SEC가 공식 웹사이트에서 리플 관련 정보를 삭제하면서 사건이 조기 종료될 것이라는 소문이 확산됐지만, 법률 전문가들은 "단순히 법원의 새 사건 번호에 따라 위치가 변경된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리플은 오는 4월 16일까지 항소 관련 서류를 제출할 예정이며, 법조계에서는 SEC가 4~5월 사이 사건을 중단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현 시점에서 SEC가 리플 소송을 완전히 철회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SEC의 코인베이스 사건 대응에서 확인된 변화가 리플 사건에도 동일하게 적용될지 여부는 아직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4월이 이번 사건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보이며, 향후 SEC의 태도 변화가 암호화폐 업계에 미칠 파급력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