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에 기반을 둔 벤처캐피털 체리벤처스(Cherry Ventures)가 총 5억 달러(약 7,250억 원) 규모의 신규 펀드를 조성했다. 이번 자금은 초기 스타트업 투자뿐만 아니라 시리즈 B 이후 후속 투자에도 활용될 예정이다.
체리벤처스는 이번 펀드를 통해 "유럽 최초의 1조 달러(약 1,450조 원) 기업을 탄생시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유럽 경제가 부진하다는 시장의 부정적 시각을 반전시키겠다는 의지를 강조했다. 하지만 현재 유럽 스타트업이 이러한 목표를 실현할 기반을 갖추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 특히 인공지능(AI) 분야에서 미국과의 격차가 두드러진다. 지난해 유럽 AI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규모는 총 80억 달러(약 11조 6,000억 원)였지만, 같은 기간 미국 AI 기업들은 970억 달러(약 140조 6,500억 원)를 유치했다.
유럽 최대 스타트업 시장인 영국에서는 지난해 10월 벤처 투자 규모가 전 분기 대비 50% 감소했으며, 총 29억 달러(약 4조 2,000억 원)에 그쳤다. 이러한 가운데 체리벤처스는 지난해 HEC-다우존스 벤처캐피털 실적 순위에 들지 못하는 등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같은 유럽계 투자사인 발더튼 캐피털(Balderton Capital)은 13억 달러(약 1조 8,8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성공적으로 조성하며 짙은 AI 투자 공백을 지적한 바 있다.
체리벤처스는 앞서 2022년 초 3억 유로(약 4,350억 원) 규모의 펀드를 발표한 바 있으며, 포트폴리오에는 우주 기술 ‘익스플로레이션 컴퍼니(The Exploration Company)’, 식료품 배달 ‘플링크(Flink)’, 의료 로보틱스 ‘로보테(Rebeate)’, 그리고 유럽 장거리 버스 회사 ‘플릭스(Flix SE)’ 등이 포함돼 있다. 이번 신규 펀드의 출자자로는 월트(Wolt)의 미키 쿠시, 슈퍼셀(Supercell)의 일카 파나넨, 플릭스(Flix)의 요한 엥거트 등이 참여했다.
체리벤처스는 현재까지 코웍스왑(CoW Swap), 닌테일드(Ninetailed), 홈라이크(Homelike) 등 18개의 투자사 회수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러나 유럽 시장 내 AI 및 핵심 기술 투자 부족이 체리벤처스의 성장 전략에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