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간 무역 전쟁 우려가 암호화폐 시장에 다시 한번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양국 간 관세 갈등이 격화하며 비트코인(BTC)이 단기적으로 9만 달러(약 1억 3,050만 원) 이하로 조정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간), 중국 재정부는 공식 발표를 통해 오는 10일부터 미국산 일부 수입품에 대해 최대 15%의 새로운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나다와 멕시코를 포함해 중국 제품에 대한 수입 관세를 강화한다고 발표한 지 며칠 만에 나온 대응이다. 이러한 조치들은 글로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가시키며 주요 위험 자산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최근 10만 달러(약 1억 4,500만 원)를 돌파한 뒤 하락세로 돌아섰고, 4일 기준 9만 6,200달러(약 1억 3,960만 원)까지 하락했다가 일일 최저점을 기록한 후 반등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여전히 9만 달러 이하로 추가 조정될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 비트겟(Bitget) 리서치의 수석 애널리스트 라이언 리는 "관세 갈등은 비트코인 같은 리스크 자산의 변동성을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며 "전통 시장이 약세를 보이면 비트코인도 이에 따라 단기 하락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글로벌 리스크 자산 시장은 과거에도 주요 경제국들이 관세를 도입했을 때 큰 폭의 하락을 경험했다. DFG의 제임스 우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관세 갈등은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주식, 원자재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 비트코인이 9만 달러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그는 장기적으로 관세 전쟁이 미 달러의 가치 하락과 인플레이션 상승을 일으켜 비트코인이 안전 자산으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비트코인의 가격이 9만 7,000달러(약 1억 4,065만 원)를 계속 지키지 못할 경우, 레버리지 롱 포지션을 중심으로 약 13억 달러(약 1조 8,850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청산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이와 관련해 코인글래스(CoinGlass)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모든 거래소의 누적 레버리지 롱 포지션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향후 시장의 향방은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무역 협상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정상은 무역 갈등 해결을 위한 대화 일정을 조율 중인데, 이것이 글로벌 시장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관세 이슈 외에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 정책 역시 비트코인 가격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비트겟의 라이언 리는 "연준이 경제 압박에 대응해 금리 인하와 같은 유동성 공급 정책을 펼친다면, 비트코인 가격에도 긍정적인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나 공급망 차질이 지속될 경우, 전통 시장의 변동성이 다시 한번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