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형 인수합병(M&A) 거래가 급증하고 있다. 업계는 이를 시장 성숙의 징후로 보고 있으며, 여러 전략적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더블록에 따르면,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은 거래는 미국 결제 대기업 스트라이프(Stripe)가 1억1000만 달러에 스테이블코인 결제 플랫폼 브릿지(Bridge)를 인수한 것이다. 이 거래는 암호화폐 역사상 가장 큰 인수합병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여세를 몰아 브릿지는 웹3 지갑 서비스 플랫폼인 트라이앵글(Triangle)을 또다시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주요 거래들이 잇따르고 있다. 로빈후드(Robinhood)는 2억 달러에 암호화폐 거래소 비트스탬프(Bitstamp)를 인수했고, 크립토닷컴(Crypto.com)은 주식 시장 진출을 위해 워치독 캐피털(Watchdog Capital)을, 노무라(Nomura) 후원 암호화폐 커스터디 업체 코마이누(Komainu)는 싱가포르의 암호화폐 커스터디 업체 프로파인 홀딩스(Propine Holdings)를 인수했다. 이 밖에도 매트릭스포트(Matrixport)가 크립토 파이낸스 AG(Crypto Finance AG)를 인수하고, 비트와이즈(Bitwise)는 ETC 그룹을 인수한 뒤 오스프리 펀드(Osprey Funds)와 비트코인 펀드 합병 계약을 체결했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인수합병이 이어지는 배경으로 여러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애니모카 브랜드(Animoca Brands)의 공동 창업자이자 회장인 얏 시우(Yat Siu)는 암호화폐 시장의 성숙을 주요 요인으로 꼽으며 "암호화폐 업계에서 이미 공개되지 않은 인수합병도 다수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시장이 성숙하고 있음을 나타낸다"고 말했다.
또한 판테라 캐피털(Pantera Capital)의 제너럴 파트너인 로렌 스테파니언(Lauren Stephanian)은 스테이블코인 사용이 급증하면서 핀테크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녀는 "일부 전략적 투자자들이 경쟁사 성장이 너무 커지기 전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대규모 인수합병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처럼 큰 거래가 시장의 인수합병 열기를 촉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스트라이프와 브릿지의 거래는 핀테크 업계가 암호화폐에 다시 주목하게 된 중요한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그러나 하이퍼스피어 벤처스(Hypersphere Ventures)의 창업자인 잭 플랫츠(Jack Platts)는 브릿지의 인수 금액이 과대평가됐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브릿지의 연간 매출이 1000만 달러에 불과한데 10억 달러 규모의 인수는 수치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번 거래가 인재 확보를 위한 '인수형 고용(acqui-hire)'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또한 경쟁사들이 국경 간 결제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방어적 성격이 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브릿지가 스페이스X(SpaceX) 같은 유력한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매력적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암호화폐 업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은 매우 수익성이 높은 사업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브리드 VC(Breed VC)의 창업자 겸 제너럴 파트너인 제드 브리드(Jed Breed)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이 핀테크 기업들의 주요 타깃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테더(Tether)는 올해에만 77억 달러의 수익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채 보유를 통해 얻은 막대한 수익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브리드는 기존 금융 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의 높은 수익성에 눈독을 들이고 있으며, 이를 활용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하려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이퍼 캐피털(Cypher Capital)의 회장인 빌 치안(Bill Qian)도 M&A 증가의 배경으로 암호화폐의 채택 증가와 규제 명확화를 꼽았다. 그는 전통적인 금융업체들이 규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스타트업 인수를 통해 암호화폐 분야로 진입하는 데 더 많은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NGC 벤처스(NGC Ventures)의 투자 매니저 알빈 리옹(Alvin Leong)은 웹2 기업들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진출하는 전략적 요인도 인수합병 증가의 중요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스트라이프가 브릿지를 인수한 것처럼 로빈후드가 비트스탬프를 인수한 사례는 기존의 웹2 기업들이 암호화폐로 점차 확장해가는 흐름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브리드는 온체인 프로토콜 간의 추가적인 통합이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특히 탈중앙화 거래소(DEX)들이 시장에서 자신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에서 대부분의 벤처 투자가 토큰을 포함하고 있어, 전통적인 주식 기반의 거래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토큰이 결합된 거래에서는 증권법 등 규제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합병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얏 시우는 금융 서비스 외에도 게임 및 밈코인 분야에서 인수합병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암호화폐 시장이 진화하면서 다양한 틈새시장에서 합병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주요 게임사들이 웹3 게임 개발사를 인수하는 흐름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빌 치안 역시 앞으로 1~2년 안에 암호화폐 M&A가 더 큰 파도를 일으킬 것으로 전망하며, 주식 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 웹불(Webull), 이토로(eToro) 등이 각국에서 암호화폐 라이선스를 계속해서 확보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 비자(Visa), 마스터카드(Mastercard), 페이팔(PayPal), 스퀘어(Square), 유럽의 아디옌(Adyen) 같은 글로벌 결제 대기업들이 스테이블코인 결제 관련 라이선스와 기술을 인수해 암호화폐 통합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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