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진행됐던 암호화폐공개(ICO)의 절반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암호화폐공개란 업체가 프로젝트의 개요를 담은 백서를 공개하고, 이를 근거로 회사가 발행하는 암호화폐를 판매해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을 말한다.
25일(현지시간) 포춘(Fortune) 등 외신은 지난해 902건의 ICO 프로젝트 가운데 자금조달 후 실패한 프로젝트가 276건, 자금조달 전에 실패한 프로젝트가 142건에 달했다고 암호화폐 조사업체인 토큰데이터와 비트코인닷컴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전체 902건 가운데 총 418건으로, 실패율은 무려 46%, 절반에 가까웠다. 실패한 프로젝트의 총 조달자금은 2억3300만달러(약 2510억원) 규모였다. 아울러 실패 위기에 처한 프로젝트는 113건으로, 이를 합치면 실패율은 59%가 된다고 비트코인닷컴은 전했다.
포춘은 ICO의 실패 이유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작년 하반기 들어 ICO 열기가 시들해졌다는 점, 실패한 ICO 중 대다수가 결과물을 생산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결국, 투자금만 유치하고 프로젝트를 뒷받침할 기술 등 역량 부족으로 사업이 지체되거나 설립자가 사라지는 이른바 '먹튀'가 발생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벤처 캐피탈 등 자금조달을 받는 미국 스타트업 중 75%가 실패하는 것을 감안할 때 ICO의 실패율은 높은 게 아니라고 매체는 설명했다. 또 미국 신생 스타트업 중 첫해에 20%가 넘는 실패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작년에 비해 ICO 열기가 다소 시들해졌지만 여전히 ICO는 유력한 투자 모델로 거론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들어 ICO로 모금된 자금 규모는 16억6천만 달러(약 1조8천억원)에 달한다. 이는 사상 최대 규모의 ICO로 평가되는 텔레그램과 블록원이 집계 대상에서 제외된 액수다.
암호화폐 '스팀'을 개발한 블록원은 지난해 6월부터 현재까지 15억 달러(약 1조6100억원)를 모금했다. 이는 트위터가 지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9번에 걸쳐 유치한 투자액과 비슷한 규모다. 블록원은 올해 6월까지 ICO를 진행할 예정이다.
암호화 메신저인 텔레그램도 지난 19일 1차 판매에서 8억5천만 달러(약 9천억원)를 모집했다. 업체는 2차 판매를 통해 1차 모금액과 합쳐 총 16억 달러(1조7천억원) 이상의 투자금 유치를 기대하고 있다.
도요한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