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가상자산 거래소 코빗(대표 오세진) 산하 코빗 리서치센터가 ‘2024년 가상자산 시장 전망' 보고서를 발간했다고 15일 밝혔다.
새해 가상자산 시장을 전망하는 두 번째 리포트로, 소속 4명의 연구원이 각각 ▲쓰임새 확산을 토대로 상승세 지속 예상 ▲현물 ETF 시대 개막과 증권성 ▲RWA 섹터와 롤업 솔루션에 주목 ▲가상자산 시장 재편과 옥석 가리기라는 제목으로 내년 가상시장 전망에 대한 견해를 피력했다.
쓰임새 확산을 토대로 상승세 지속 예상
정석문 리서치센터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쓰임새를 확산하며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는 "화폐 현상이란 특정 물건이 가치 저장 수단, 교환 매개, 회계 단위를 하나씩 차례대로 습득해 가는 과정"이라면서 "현재 비트코인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서 수용되는 단계를 거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정 센터장은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은 가치 저장 수단으로의 저변을 전통 금융권까지 포섭하기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수준"이라면서 이에 힘입어 2024년 ▲주권 국가의 비트코인 수용과 ▲스테이블코인 2배 성장 ▲코인베이스 소송 합의를 예상하며, 내년 가상자산 시총이 4조5000억~5조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첫 번째 예측 '주권 국가의 비트코인 수용'에서 "수용은 주권 국가의 법정화폐로의 수용 또는 정부 기관(중앙은행, 연금 등)의 투자자산 편입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이 투자자산으로서의 수용 단계에 있으며 엘살바도로(2021년), 중앙아프리카공화국(2022)년 등 국가 차원에서의 수용 흐름이 3년 연속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제3, 제4의 엘살바도르가 나올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면서 "통화 체제가 불안정한 국가들이 많은 만큼 올해에도 남미,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지역의 국가에서 관련 소식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예상했다.
두 번째로 "스테이블코인은 현존하는 최고의 블록체인 쓰임새"라며 스테이블코인 시총이 2배 성장할 것을 전망했다.
자국 통화가 불안정하거나 고질적인 인플레 문제를 겪는 국가, 미국과 정치적으로 대립 중인 국가도 미국 달러를 재산 보호 및 축적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면서 "특정 세력이 임의 차단할 수 없고 누구나 접근·거래 가능한 가치 전달을 위한 미국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필요성과 수요를 강조했다.
정 센터장은 "전 세계에는 미국 달러를 원하지만 접근이 용이치 않은 인구가 너무나 많다"면서 "2024년 미국 외 지역에서 USDT의 인기와 가상자산 시장 회복에 힘입어 스테이블코인 전체 시총은 최소 2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테더에 대한 미국 금융당국의 법적 대응이 변수이지만 ▲현행법 개정 없이 실질적으로 미국 정부가 테더에게 취할 수 있는 조치는 제한적이며 ▲최근 유럽연합의 가상자산 기본법 MiCA를 준수하여 프랑스 은행 소시에테 제네랄이 유럽 은행 최초로 유로화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한 점을 언급, "미국 달러와 유로 스테이블코인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경우 미국 정부에게는 BUSD 같은 셧다운보다는 ‘상생’이 현실적인 타협안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세 번째로 "2024년 적어도 코인베이스 소송은 마무리될 것"이라며 SEC와 코인베이스의 소송 합의를 예측했다.
리플 소송을 언급하며 "SEC 관할권은 코인베이스가 거래 지원하는 가상자산이 증권이라는 주장을 법원이 인정할 때 성립되지만 그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 "SEC가 소송 과정에서 판세가 기울었음을 감지할 경우 패소 판례를 남기기보다는 합의를 통해 마무리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네 번째로 가상자산 시가총액 최소 4조5000억 달러 달성을 전망했다. 연준의 긴축 정책 종료 또는 완화 기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 상장을 통한 제도권 자금의 유입경로 확보 등으로 2024년 제도권 자금의 유입이 가속화되고, 내년 4월 예정된 비트코인 반감기가 투심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가상자산 시가총액 성장률이 2023년 수준을 능가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24년 말까지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4조5000억에서 5조 달러 구간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물 ETF 시대 개막과 증권성
최윤영 연구원은 현물 ETF 시대의 개막과 증권성 논의 구체화를 전망했다.
먼저, 비트코인 현물 ETF가 내년 1월에 예정대로 승인된다면 내년 상반기 이더리움 현물 ETF도 승인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최 연구원은 "그레이스케일-SEC 판결에 따라 동일한 기초자산을 다루는 선물 ETF와 현물 ETF에 대한 차별적인 규제 처리가 불법(APA 위반)이 될 수 있어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가능성뿐만 아니라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 가능성 또한 높아졌다"면서 "신청된 이더리움 현물 ETF 7개 중 가장 먼저 찾아오는 최종 결정일은 2024년 5월 23일로, 내년 상반기 승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증권성 논의가 구체화된다는 예측을 내놨다. 연구원은 "올해 리플-SEC 판결 이후 SEC와의 증권성 논쟁은 코인베이스, 크라켄 등 가상자산 거래소와 SEC 간 소송에서 또다시 다뤄질 예정"이라고 말했다.
리플 증권성 입증에 실패한 SEC가 하위 테스트의 4가지 조건을 더 자세히 상술하고, 크라켄 상장 11개 자산이 하위 테스트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한다는 점을 피력하려고 노력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법원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질지에 따라 증권성 향방이 결정될 해당 사안에 대해 추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난달 16일 발표된 IOSCO의 ‘가상자산 및 디지털 자산 시장에 대한 정책 권고안’에서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의 실체를 분명히 하고 가상자산의 전통 금융상품 대체 정도, 투자자 금융 투자 활동의 가상자산 투자 활동 대체 정도를 분석할 것을 권장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최 연구원은 "비록 IOSCO의 권고안에는 ‘증권성’에 대한 언급은 없으나 기존 증권거래법과의 연계 선상에서 가상자산의 발행, 상장 및 불공정행위에 대한 지침을 마련하고자 한다면 각 관할권 내 가상자산 자체에 대한 증권성 판단과 규제 프레임워크에 대한 논의는 불가피하다"며 "2024년 말까지는 증권성 판별 단계라든가 사후 단계에 대한 논의들이 구체화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RWA 섹터와 롤업 솔루션에 주목
강동현 연구원은 RWA 섹터와 롤업 솔루션에 대한 주목도 상승을 예상했다.
RWA 섹터는 실물 자산(Real World Asset, RWA)을 온체인화하여 금융 활동에 활용하는 분야다. 채권, 부동산, 미술품 등 접근성이 낮았던 자산을 토큰화해서 접근성을 높이며 블록체인을 통해 거래 소요 시간을 단축시켜 금융의 비효율성을 낮출 수 있는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강 연구원은 "2024년에 본격적인 금융기관의 진입과 섹터 내 수요가 맞물려 2024년 실물자산섹터가 본격적인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RWA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투자해온 금융기관과 가장 밀접한 연관성을 가진다면서 "2018년처럼 개인투자자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기관 주도로 자금 유입이 이뤄진다면 금융기관의 투자 상품과 관련된 섹터가 힘을 얻을 가능성이 높으며 RWA 섹터의 주목도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프랭클린 템플턴, 위즈덤트리와 같은 이름있는 자산운용사들이 비트코인 현물 ETF 신청과 함께 RWA 시장에서 테스트를 진행 중인 점도 RWA 섹터의 전망을 밝히는 요인"이라면서 "이러한 전통 금융기관의 RWA 섹터 내 실험이 2024년에는 더 많이 이뤄질 것이며 그로 인해 RWA 섹터의 주목도는 더욱 상승할 것"이라고 밝혔다.
가상자산 업계 내에서도 RWA 섹터에 대한 수요와 성장세가 가파르다고 강조했다. 그는 "크립토 윈터 도래 이후 레버리지 청산과 더불어 과도했던 이자율이 사라지면서 안정적인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는 RWA 섹터가 주목받기 시작했다"면서 "이로써 수많은 RWA 프로토콜이 등장했으며 섹터 TVL(Total Volume Locked)은 연초 7억 달러에서 현재는 57억 달러로 상승, 연초 대비 700%가 넘게 올랐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덴쿤 업그레이드와 ZK 롤업의 토큰 발행으로 롤업 솔루션이 이미 풍부해진 시장 유동성과 맞물려 크게 주목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롤업(Rollup) 솔루션은 이더리움 확장 솔루션이다. 옵티미즘, 아비트럼, 폴리곤 등 주요 롤업이 TVL 기준 최상위권에 있으며 2023년 주요 롤업들이 수직, 수평적 확장을 선언하며 큰 관심을 모았다.
강 연구원은 "2024년 본격적으로 롤업에 대한 시장의 주목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가장 기대되는 이벤트로 2024년 상반기 진행될 이더리움 덴쿤(Dencun) 업그레이드와 롤업 솔루션의 토큰 출시를 언급했다.
덴쿤 업그레이드는 이더리움 확장성 개선을 위해 실행되는 업그레이드로서 이더리움의 가스비를 절감시키고 롤업 솔루션의 이더리움상 데이터 저장 공간을 크게 확장시켜 저장 비용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롤업 솔루션 중 상당수는 자체 토큰을 발행하고 있지 않다면서 2022년부터 토큰 발행의 당위성을 주장해온 스타크넷(Starknet)부터 2023년 토큰 에어드롭 기대감으로 주목받은 지케이싱크(zkSync) 등이 2024년에 토큰 발행을 통해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 재편과 옥석 가리기
김민승 연구원은 가상자산과 시장 제도화가 2024년에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가상자산 시장에서 ‘비법(非法)과 무법(無法)’의 영역은 점점 줄어들 것이며, 가상자산과 시장을 제도 안에서 규율하려는 각국 정부의 노력은 가속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방향성은 11월 21일(현지 시각)에 발표된 Binance에 대한 미국 정부의 조치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면서 "그간 법의 회색지대에서 이루어져 온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미국 정부의 의지 천명"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 정부의 의지와 방향성은 명확하고 회색지대의 활동은 축소될 것이며 규제를 준수하는 거래소들이 반사이익을 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으로 가상자산 시장으로 유입될 제도권 기관 자금은 규제 준수 거래소를 선호할 것"이라면서 "가상자산 유통시장이 규제를 준수하는 미국 시장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내에서도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의 시행(2024년 7월)과 시행령 및 2차 법안 논의 등 여러 측면에서 제도화 및 합법화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을 언급했다.
두 번째로 2022년 대폭락장과 2023년 회복장에서 가격 움직임 외에 투자자 관심을 끌거나 시장을 견인할 만한 혁신이 없었다면서 내년 옥석 가리기와 버블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미 SEC가 꾸준히 대형 거래소들을 대상으로 미등록 증권 판매 혐의 기소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것이 광범위한 법적 리스크가 되고, 자산 가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서, "가상자산 유통 시장이 미국 위주로 재편될 경우 그 영향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2023년 시장의 가장 큰 키워드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임박’이었고, 이더리움(ETH) 등 일부 라지캡 알트코인도 현물 ETF가 출시가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시장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가 승인되어 제도권 기관 자금이 유입되면 ETF가 승인된 자산과 그렇지 않은 자산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생길 가능성이 있으며, 여기에 프라이빗 세일의 증권성 문제와 ‘혁신 부재’ 문제까지 더해진다면 가상자산 시장에서 대대적인 ‘옥석 가리기’ 현상이 벌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김 연구원은 "지금까지 가상자산의 가격은 현재 가치보다는 미래의 가능성에 대한 맹목적 기대 심리, 소위 ‘하이프(hype)’에 많은 부분을 의지해 왔다"면서 "일부 가상자산은 프로젝트의 결과물보다 가격 변동성 그 자체가 유일한 가치인 경우가 많으며, 대량 채택을 보여준 크립토 서비스는 스테이블코인 외에는 아직 찾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권 자금 유입을 기점으로 미지의 가격 상승 기대가 아닌 실질적 자산 가치를 산정하려는 움직임이 기관을 중심으로 발생한다면 이는 지나친 하이프로만 가격이 형성된 일부 알트코인들의 ‘버블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시장 전체의 침체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유입이 예상되는 제도권 금액의 규모가 충분히 크고, 옥석 가리기에서 살아남을 자산들의 시가총액이 지금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