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많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유통 분야의 원산지 증명, 위조품 판별을 위한 증명서 발급, 개인의 신원 증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시도들도 많아지고 있다.
그런데, 때로는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현재로서는 적용하기 어려운 혹은 적용할 필요가 없는 부분에까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하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기존 기술들에 기반하여 만들어졌지만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만능 솔루션은 아니다.
따라서, 도입에 앞서 먼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기에 타당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한 한 가지 모델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미지: https://www.reddit.com/r/CryptoCurrency/comments/7cqthc/blockchain_decision_path/
위 도표는 블록체인 디시전 패스(Decision Path)를 결정하는 과정을 잘 보여준다. 위에 나열된 질문에 대한 답을 아래와 같은 블록체인의 기술적 특성과 연관지어서 꼼꼼히 생각해보자.
- 특정 업무에 블록체인 도입이 필요한지,
- 도입한다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퍼블릭 블록체인이 좋을지,
- 특정 그룹만 사용 가능한 프라이빗 (Private 혹은 Permissioned) 블록체인이 좋을지
첫째, 블록체인은 공유되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장소를 제공한다. 따라서, 공유 데이터베이스가 필요하지 않다면, 블록체인은 필요하지 않다.
둘째, 블록체인은 여러 사용자간에 신뢰성 높은 데이터를 공유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혼자서 사용하는 데이터베이스를 블록체인에 넣을 이유는 없다
셋째, 블록체인을 사용하는 사용자 간에 이미 충분히 신뢰가 존재한다면, 굳이 블록체인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
넷째, 일반적으로 참여자들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단, 프라이빗 블록체인에서는 개인정보 보호및 일부 기밀 정보에 대해서는 정해진 참여자만 공유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두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경우에 블록체인을 사용한다면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사용할 수 있다.
다섯째, 블록체인은 객관적면서도 변조하기 어려운 기록을 남기는 방법이다. 따라서, 기록이 필요하지 않다면 블록체인도 필요하지 않다
여섯째, 블록체인 거래에 적용되는 규칙을 변경하기 위해서는 참여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때때로 매우 번거롭기도 하고, 때로는 데이터 불일치 등의 위험을 수반한다. 따라서, 잦은 변경이 필요하다면 블록체인을 적용하는 것은 현재로서는 합당하지 않다..
이런 조건이 만족되어 블록체인을 사용하기로 결정했다면, 마지막으로 거래가 공개적으로 공유되는 것인지, 그렇지 않은지에 따라 퍼블릭 혹은 프라이빗 블록체인을 선택할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여러 조건들 외에도 현재 몇 가지 기술적인 문제로 초당 수천 건의 거래를 처리해야 하는 경우나 사이즈가 큰 데이터를 저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의 경우에는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앞서 얘기한 바와 같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기술은 여러 산업 분야에서 다양하게 시험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시행착오는 당연하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이 필요할 따름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기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적용 분야를 올바르게 선택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그 선택 과정에 자신만의 디시전 패스를 구성하는 것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강승우 소장(타임게이트 SW 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