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GPT 활용도가 높아짐에 따라 예술 분야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적 콘텐츠 산업(IP)이 활발한 일본 현지에서는 특히나 이런 불안감이 크다. 일본 현지 예술인들이 중심이 되어 구성한 한 민간단체가 예술 분야 창작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무려 94% 가량이 인공지능(AI)로 인한 권리 침해 등이 불안하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만화 분야는 AI가 표절한 일러스트들이 해외 사이트에 저작권 개념 없이 뿌려지고 있는 점, 성우 시장은 공개된 음성이 AI를 통해 보이스 체인저용 모델로 판매되고 있는 점 등이 실제 피해사례로 꼽혔다. 일본 내부에서는 이미 해당 문제에 대한 신고 접수가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예술업계는 "원본 데이터에 대한 공개를 의무화하거나, 2차 활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제적 이익은 환원하는 구조로 만들어줄 규제를 마련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 정부도 가이드라인 마련에는 속도를 올리고 있다. 자유민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는 지난주 공개한 AI 정책 제언서를 통해 "AI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규제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AI를 활용한 업무를 구상하고 있는만큼 규제는 엄격하게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게임, 아이돌, 만화 등 콘텐츠 산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만큼 AI와 웹3, 대체불가토큰(NFT) 분야와 연결시켜 육성시키는 것에도 강한 의지를 보인 바 있다. 지난 2월 말에는 인기 애니메이션 '캡틴 츠바사'에 기반한 NFT가 론칭되며 3월부터 판매됐다. NFT 솔루션을 전문으로 하는 더블 점프 도쿄와 같은 스타트업도 활발하게 성장중이다.
일본 정부의 개방 정책에 따라 신생 기업들이 빠르게 늘고, 산업 활성화도 속도가 붙으며 규제 마련도 시급한 것으로 보인다.
일본의 현지 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 AI가 그린 그림에 대한 저작권이 제대로 명시되지 않는 상황"이라며 "지나치게 유사할 경우 원작자의 저작권을 침해한 것으로 인정이 되지만, 스타일이 닮았거나 미묘하게 비슷한 느낌이 풍겨도 완전히 똑같다고 보기 어려울 경우에는 또 인정 여부가 모호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음악으로 치면 '표절'과도 비슷하지만, 주체가 사람이냐 AI냐 라는 정도의 차이가 있다"며 "모작을 당하고, 저작권을 침해 당하는 입장에서는 결국 똑같은 피해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어 "하지만 AI로 인해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는 사람이 직접 하는 것보다 훨씬 확산 속도가 빠르고, 목소리의 경우에는 딥페이크 기술로까지 악용될 수 있다"며 "하루빨리 관련 규제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