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암호화폐 스타트업 벤처캐피탈(VC) 투자 규모가 가장 적은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올 1분기 암호화폐 스타트업의 VC 조달액이 2년만에 최저를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14일(현지시간) 자본시장 리서치 업체 피치북(PitchBook)의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암호화폐 스타트업들이 조달한 VC 투자금은 약 24억 달러(한화 약 3조1795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동기 약 123억 달러(한화 약 16조2950억원) 대비 80% 감소한 수치로, 최근 2년래 가장 적은 규모다.
이와 관련 로버트 르 피치북 소속 애널리스트는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투입된 VC 자본 감소는 놀라운 일이 아니다."라며 "올해 모든 산업에서 VC 투자액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1분기 금리 상승과 더불어 실리콘밸리 은행 파산 등 악재가 발생했고, 거시적 불확실성은 시장에서 공포 심리를 야기했다.
또한 피치북 데이터는 지난해 암호화폐 스타트업 VC 투자 규모 또한 2년래 가장 적은 것으로 분석했다.
지난해 암호화폐 스타트업에 대한 VC의 투자 규모가 2021년 대비 75% 감소했으며, 최근 2년 이내 가장 적은 규모다.
피치북은 "지난해 VC의 총 투자 규모는 267억 달러(한화 약 35조2493억원)인데, 이는 대부분 1분기에 이뤄졌다:라며 "테라 사태와 FTX 붕괴 등 잇단 업계 부정적 이슈의 영향으로 4분기에는 투자 규모가 23억 달러(한화 약 3조364억원)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난 한해 동안 암호화폐 기업이 조달한 투자 규모가 전년 투자 기록을 넘어섰다.
지난해 첫 9개월 동안 전 세계 암호화폐 프로젝트가 확보한 벤처 투자금은 199억 달러 상당(당시 한화 약 26조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높은 수준을 보였다.
작년 암호화폐 산업에 들어온 벤처 투자금은 212억 달러(당시 한화 약 27조9600억원) 상당이다.
다만, 연쇄적인 암호화폐 기업 파산에 사모 투자 매력이 반감하면서 자본 투입 속도는 점차 둔화되고 있다.
3분기에 유입된 투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38.3% 감소한 40억 달러(당시 한화 약 5조2700억원)로, 지난해 2분기 이후 가장 적은 수준을 보였다.
유일하게 투자금이 증가한 관련 부문은 일상적인 암호화폐 가격 움직임에서 상대적으로 분리돼 있는 웹3 부문이다. 지난 3분기 웹3 기업은 15억 달러(당시 한화 약 1조9780억원) 상당의 벤처 투자금을 조달하며 44.5%의 성장세를 보였다.
피치북 데이터는 테라, 셀시우스, 보이저부터 FTX 사태까지, 업계 주요 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암호화폐 산업에 대한 투자 분위기가 냉각됐음을 보여주고 있다.
FTX 파산에 투자 참여했던 싱가포르 국부 펀드 '테마섹', 소프트뱅크그룹의 비전펀드, 세콰이아캐피털 등이 손실을 입으면서 기관의 암호화폐 투자 경계심까지 높아진 상태다.
로버트 르 피치북 애널리스트는 "명확한 규제와 지침이 부족하다는 점이 암호화폐 산업의 가장 큰 우려이자 제한 요인"이라면서 "확립된 법률 및 지침의 형태로 가이드레일이 마련되기 전까지 대중적인 채택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