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INTC), 실적은 '선방'했지만 미래는 글쎄… 주가 급락 이유는

인텔(INTC)이 2025년 1분기 실적 발표 후 시간 외 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했다. 이번 실적 자체는 시장 기대를 웃돌았으나, 향후 예상 매출이 실망스러운 수준으로 제시되며 투자자들의 불안을 자극했다.

회사는 주당 13센트의 조정순이익과 126억 7,000만 달러(약 18조 2,0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월가의 예상치였던 주당 1센트, 매출 123억 달러를 상회한 성적이다. 그러나 동시에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의 순손실도 발표했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손실이 두 배로 확대된 수치다. 비용 부담 증가와 자산 평가손이 영향을 미쳤다는 설명이다.

문제는 2분기 실적 전망이었다. 데이비드 진스너 CFO는 애널리스트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매출이 118억 달러(약 17조 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장 예상치인 128억 2,000만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진스너는 “무역 정책 변화와 규제 불확실성, 경제 둔화 위험 증가 등 매크로 환경이 매우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부문별로는 데이터센터 그룹의 실적이 상대적으로 긍정적이었다. 서버용 반도체 매출이 전년 대비 8% 증가한 41억 달러(약 5조 9,000억 원)를 기록했다. 반면, PC 및 노트북용 반도체 매출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 컴퓨팅 부문은 8% 감소한 76억 달러(약 10조 9,000억 원)에 그쳤다.

이번 실적 발표는 립부 탄(Lip-Bu Tan) 신임 CEO가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 3월 취임한 그는 전임 팻 겔싱어(Pat Gelsinger)의 후임으로, 오랜 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탄 CEO는 “우선순위는 제품 혁신과 실행력 회복”이라며,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전면적인 구조조정 계획을 밝혔다.

탄 CEO는 “기존의 조직 구조는 의사결정이 느리고 관료주의가 창의성을 억압해왔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경영층 레이어를 축소하고 주요 기능을 본인에게 직접 보고하도록 바꿀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올해 운영비용은 175억 달러에서 170억 달러(약 24조 5,000억 원)로 삭감하고, 설비투자 역시 기존 계획보다 20억 달러 줄인 180억 달러(약 25조 9,000억 원)로 조정할 방침이다.

진스너 CFO는 CNBC 인터뷰에서 직원 감축 가능성도 시사했다. 특히 관리직을 중심으로 인력을 줄이겠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감축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탄 CEO 또한 “불가피하게 일부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핵심 인재 확보는 계속 추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혔다.

이번 발표는 인텔이 경쟁사인 엔비디아(NVDA)나 AMD(AMD) 대비 기술 격차를 좁히기 위한 절실한 변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탄 CEO는 “우리는 다시 기본으로 돌아간다”며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강력한 제품을 빠르게 개발해 기반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필요한 리더가 적은 인력으로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조직을 민첩하게 개편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텔은 인공지능과 파운드리 사업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경쟁사 대비 후발주자 위치에서 탈피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번 실적과 구조조정 방향이 중장기 성장의 분기점이 될 수 있을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