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항공업계를 포함한 미국 내 여행 산업 전반이 부진한 출발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숙박과 관광 분야도 동반 위축 조짐을 보이고 있다. 3월 말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낮은 소비자 신뢰도와 기상 악화, 부활절 연기의 영향으로 인해 미 전역의 여행 수요가 예년 대비 위축되고 있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신용카드 및 직불카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5년 초 숙박 업종 지출은 전년 대비 약 2.5% 낮은 수준을 기록했으며, RV 대여·관광 명소·스포츠 클럽·놀이공원·수족관·동물원 등 관광 관련 소비도 유사한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지난 1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주요 항공사들의 움직임과도 맞물린다. 영국 항공사 버진애틀랜틱(Virgin Atlantic)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미국 내 수요가 둔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여행산업 위축의 배경에는 악천후가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미국 전역을 덮은 기록적인 겨울 폭풍은 항공편 지연 및 취소를 유발하면서 소비자들의 이동을 제한했고, 부활절이 올해 4월 20일로 예년보다 늦어지면서 봄방학 기간과 겹쳐 여행 시기가 자연스럽게 뒤로 밀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해외 여행 소비는 다소 호조를 보였다. 뱅크오브아메리카에 따르면 1월과 2월 두 달간 해외에서 발생한 카드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2.6% 증가했다. 이는 일부 미국 소비자들이 국내 여행 대신 해외 여행을 선택했음을 시사하며, 미국 전체 관광 수요의 약 3분의 2를 자국민이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목할 만한 변화다.
보고서는 미국 국내 여행 시장을 ‘노란불’ 수준으로 평가했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가 둔화했지만 아직 위기 단계로 분류할 정도는 아니라는 의미다. 소비 둔화는 항공, 호텔, 관광 전반에 걸쳐 확인되고 있지만, 폭넓은 위축세로 이어지기 전 단계로 해석된다.
미국 내 관광업계는 향후 봄철 특수와 여름 휴가 시즌에 기대를 걸고 있으나, 소비 심리가 회복되지 않으면 여행 산업 전반에 대해 추가적인 하향 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