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시장이 강세를 이어가며 안전자산으로서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반면, 비트코인(BTC)은 올해 5개월 동안 최저가를 기록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2025년 들어 금 펀드로 유입된 자금이 800억 달러(약 116조 8,000억 원)를 돌파하면서 비트코인의 헤지 자산으로서의 역할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행(Bank of America)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금 펀드는 올해 들어 역대 최대 순유입 규모를 기록 중이며 이는 2020년 1년치 최대치의 2배에 달한다. 금융 분석 플랫폼 ‘더 코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는 해당 수치를 인용하면서 "시장 불확실성 급등에 따라 투자자들이 기록적인 속도로 금에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금 가격은 4월 16일 온스당 3,300달러(약 482만 원) 근처까지 올라 22%의 연초 대비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지난 1년간 무려 52차례 사상 최고가를 새로 썼다.
이러한 금의 고공 행진과 달리, 비트코인은 미국 현물 ETF 활성화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하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온체인 분석업체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올해 초 1,060억 달러에 달했던 비트코인 현물 ETF 운용자산은 최근 920억 달러(약 134조 3,000억 원)로 감소했다. 이는 전통적 금융 자산인 금에 비해 비트코인이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간주되지 못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시장은 금의 랠리가 곧 정점을 찍을 가능성도 함께 주목하고 있다. 베테랑 트레이더 피터 브란트(Peter Brandt)는 최근 “현재 금은 이른바 ‘블로오프(top)’ 국면에 들어섰다”며 "급격한 상승세는 결국 고점에서 종료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비트코인이 금의 뒤를 이어 강세를 보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프로페셔널 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앤서니 폼플리아노(Anthony Pompliano)는 CNBC에 출연해 “골드가 먼저 상승하고 약 100일 뒤 비트코인이 더 크게 따라오곤 한다”며 “전통 금융기관이 아직 비트코인을 매크로 불확실성 대비 수단으로 잘 인식하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처음에는 금이 주도하지만, 변동성은 비트코인이 더 크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강화되고 있는 각종 보호무역 기조와 정치적 불확실성이 심화되면서, 전통 자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처럼 금이 포화 상태에 이른 뒤 비트코인이 대안적 가치저장 수단으로 주목받을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금의 추세가 꺾이는 시점에 맞춰, 통화정책과 글로벌 유동성 환경에 따라 비트코인이 다시금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