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확산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이 재무 관리에서 사업 전략과 AI 투자 판단으로 넓어지고 있다. IBM 조사에서는 CFO의 62%가 최근 기업 기술 또는 AI 전략 수립에 관여하게 됐다고 답했다.
IBM($IBM) 기업가치연구소(IBV)는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와 함께 2026년 상반기 33개 지역, 26개 산업의 CFO 1,500명을 조사했다. IBM은 조사 결과를 담은 보고서(IBM 2026 CFO Study)에서 AI를 재무 자동화 도구에 그치지 않고 자본 배분과 운영 모델, 성장 전략에 연결하는 CFO를 'AI-first CFO'로 제시했다.
짐 캐버너(Jim Kavanaugh) IBM($IBM) CFO 겸 재무·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은 포춘과의 인터뷰에서 CFO의 역할이 “안정성의 수호자에서 변화의 실행자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CFO가 대차대조표와 현금흐름을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AI 투자와 사업 모델을 측정 가능한 기업 가치로 연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조사에서 CFO의 54%는 사업 모델 또는 성장 전략 설계에 대한 책임이 커졌다고 답했다. 2030년까지는 56%가 AI와 관련한 재무·윤리적 안전장치 마련에 더 큰 역할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운영 모델·인력 전략·조직 구조 설계에 더 관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55%였다. 기업가치 창출과 포트폴리오 전략에 관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52%로 집계됐다.
다만 AI를 재무 의사결정에 조직 단위로 정착시킨 기업은 아직 소수였다. 재무 업무와 의사결정에 AI가 일관되게 내재화돼 작동한다고 답한 CFO는 6%에 그쳤다.
IBM은 기업들이 AI 도구 도입을 먼저 추진하면서 데이터 구조와 업무 재설계를 뒤로 미루는 점을 주요 장애물로 지목했다. 이는 AI 도입 자체보다 재무 업무의 흐름과 의사결정 구조를 함께 바꾸는 일이 과제로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IBM 내부 사례에서는 견적·계약·청구·추심·현금 수령을 연결한 'quote-to-cash' 업무를 재설계한 결과 90%의 무접촉 자동화, 60%의 생산성 향상, 54%의 현금 전환 속도 개선이 나타났다. 캐버너는 이 같은 내부 적용을 사례로 들었다.
IBM은 2023년 이후 내부 AI·자동화 적용으로 45억달러(약 6조9300억원)의 생산성 개선을 거뒀다고 별도 자료에서 밝혔다. 해당 수치는 IBM이 내부 적용 성과로 제시한 것으로, 외부 기관의 독립적인 검증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IBM은 'AI-first CFO'가 이끄는 기업의 2022~2024년 매출 성장률이 동종 기업보다 23% 높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IBM의 분류와 분석에 따른 비교 결과이며, CFO의 AI 관여가 매출 성장의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인과관계까지 입증한 수치는 아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도 2026년 분석에서 AI 중심 재무 조직이 재무 모델의 예측력, 보고 자동화, 무접촉 청구서 처리 영역에서 개선 효과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BCG는 CFO가 숫자를 집계하는 역할에서 AI 투자 효과와 사업 가치를 설계하는 역할로 이동할 수 있다고 밝혔다. (BCG 분석)
CFO의 역할 확대는 기업의 자본 배분과 사업 전략을 재무 기능과 분리하기 어려워진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미국 대기업에서 CFO 교체와 역할 확대가 함께 나타난 사례에서도 재무 책임자가 자본투자와 재무계획뿐 아니라 전략과 방향 설정에 참여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AI-first CFO는 AI를 재무 보고와 비용 관리에만 쓰는 책임자가 아니라 자본 배분, 운영 모델, 성장 전략, 데이터 거버넌스까지 연결하는 재무 책임자를 뜻한다. 다만 이번 조사에서 제시된 2030년 수치는 실제 결과가 아니라 응답자의 예상이다.
AI 도입이 CFO의 업무를 대체한다기보다 재무 책임자가 자본 배분과 데이터 거버넌스, 사업 전략에 더 깊이 관여하도록 만드는 흐름으로 나타났다. IBM 조사와 BCG 분석 모두 AI 도구 도입과 함께 업무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이안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