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3(Web3) 제품이 실제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토큰 가격이나 기술적 복잡성보다 사용자의 반복 이용과 실질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입증해야 한다는 진단이 나왔다. AI 역시 단순히 서비스에 붙이는 것보다 고객 유지와 매출, 업무 효율 등 측정 가능한 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30일 서울 aT센터에서 열린 'GWDC 2026 코리아'에서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는 웹3 제품 만들기(Building Web3 Products People Actually Use)'를 주제로 패널 토론이 진행됐다.
이승현(Lee Seung-hyun) 코인이즈(CoinEasy) 창립자가 모더레이터를 맡았다. 제이슨 웡(Jason Wong) XERA AI CEO 겸 창립자, 앤서니 안잘론(Anthony Anzalone) 베로나(Verona) 창립자 겸 CEO, 준(Jun) HB벤처 투자 총괄(Investment Lead)이 패널로 참여했다.
패널들은 먼저 웹3 제품이 실제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을 논의했다.
웡 CEO는 XERA AI가 금, ETF, 미국 주식, 외환, 암호화폐 등 5개 분야의 거래를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트레이더가 시장에서 접하는 방대한 정보와 잘못된 정보를 AI로 빠르게 분석해 거래 판단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안잘론 CEO는 웹3라는 기술 자체가 제품의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스스로를 웹3 제품이라고 부른다면 아마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제 사용자가 느끼는 효용을 중심으로 제품을 설계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준 투자 총괄은 투자자 관점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 중 하나로 '리텐션(retention·사용자 유지)'을 꼽았다.
그는 "사용자나 고객을 얼마나 잘 유지할 수 있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지표"라며 한 달, 60일, 90일 동안 이용자가 제품이나 생태계에 계속 머무르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과거 웹3 제품이 토큰 가격과 지나치게 밀접하게 연결돼 있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토큰 가격이 하락하면 인센티브가 줄고 이용자까지 이탈하는 구조에서는 지속 가능한 제품을 만들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준 총괄은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은 단순히 강세장에서 잘되는 제품이 아니라 약세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제품"이라며 이를 '시장 중립적인 제품(market-neutral product)'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사용 가능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도 핵심 과제로 꼽혔다. 패널에서는 많은 웹3 프로젝트가 토큰이나 블록체인을 만드는 데 집중하지만 정작 일반 이용자가 사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효용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패널은 복잡하고 정교한 기술을 개발하더라도 실제 이용자가 극소수에 그친다면 대중적인 제품으로 보기 어렵다며 "수요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몇 년간 업계가 '사람들이 원하는 것'보다 '우리가 만들고 싶은 것'에 집중했다는 자성도 나왔다.
AI를 웹3 제품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를 두고도 논의가 이어졌다.
안잘론 CEO는 기업이 단순히 'AI'라는 표현을 붙이는 것과 실제 AI가 제품 가치를 높이는 것은 구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AI를 마케팅이나 기업가치 상승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례를 경계하며 실질적인 활용성을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준 총괄 역시 "정확히 AI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도입이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는지, 고객 유지율을 높이는지, 실제 회사 매출을 증가시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AI가 실질적인 가치를 낼 수 있는 영역으로는 대규모 데이터 분석을 꼽았다. 디파이 TVL(예치총액), 토큰 가격, 상장기업 주가처럼 매일 또는 매시간 변화하는 데이터를 분석하고 모니터링하거나 리스크를 모델링하는 업무에서 AI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웡 CEO는 AI를 실제 트레이딩에 활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XERA AI는 외환과 암호화폐, 미국 주식 등 다양한 시장의 데이터뿐 아니라 X(옛 트위터), 레딧, 유튜브,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 정보까지 빠르게 분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종목과 암호화폐, 이슈를 적시에 포착하기 위해 AI를 활용한다며 "AI가 감정 없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략에는 백테스트와 라이브 테스트도 병행한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가 사용자의 자금을 직접 운용하는 단계에서는 신뢰와 보안이 핵심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준 총괄은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는 웹3뿐 아니라 웹2 제품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라며 AI 에이전트가 토큰이나 주식 거래를 실행할 경우 전통 금융의 규제 요건과 보안 인프라를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디파이나 중앙화금융(CeFi) 서비스를 다룬다면 사이버보안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춰야 하고, 대중 이용자를 확보하려면 온보딩부터 AI 에이전트와 상호작용하는 과정까지 최대한 간단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웹3 제품의 대중화가 아직 초기 단계라는 평가도 나왔다.
안잘론 CEO는 현재 일반 사용자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AI 웹3 제품을 쉽게 떠올리기 어렵다며 웹3 산업이 여전히 인프라 중심에 머물러 있다고 지적했다. 칼시(Kalshi)나 폴리마켓(Polymarket) 같은 서비스를 사례로 언급하면서도 성공적인 제품은 결국 사용자가 이를 '웹3 제품'이라고 의식하지 않고 사용하게 된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준 총괄도 "아직 대중적으로 채택된 AI 웹3 제품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만 AI 결제, AI 기반 컴플라이언스와 보안 등은 향후 웹3와 AI가 결합할 수 있는 주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초기 웹3 기업에 대한 투자 기준도 논의됐다.
준 총괄은 "백서나 개념증명(PoC) 제품만으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시대는 이제 아니다"라며 실제 트랙션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매출을 발생시키는지, 이용자를 유지하는지, 사용자의 문제와 불편을 실제로 해결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기 기업의 경우 첫 유료 고객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렵지만 중요한 단계라고 설명했다.
보안과 컴플라이언스, 팀 역량과 함께 경쟁사가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불공정한 우위(unfair advantage)'도 투자 판단 기준으로 제시했다. 오랜 업계 경험이나 대형 고객 네트워크, 강력한 기술팀, 독자적인 기술 등이 이에 해당한다.
준 총괄은 HB벤처가 투자한 B2B 디파이 인프라 기업 어카운터블(Accountable)을 사례로 들었다. 이 회사는 디파이 펀드가 보유 준비금과 TVL을 확인할 수 있도록 준비금 증명 인프라를 제공한다.
그는 HB벤처가 지난해 11월경 어카운터블에 투자했으며 이후 회사가 약 700만 달러 규모의 투자 라운드를 유치했다고 설명했다. 첫 유료 고객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신뢰를 쌓으면서 기관과 디파이 펀드의 플랫폼 온보딩을 확대했다는 점을 성장 사례로 들었다.
초기 창업자들에게는 처음부터 대중시장 전체를 겨냥하기보다 특정 고객층에 집중하라는 조언이 나왔다.
준 총괄은 초기 스타트업은 자금이 제한돼 있는 만큼 제품으로 가장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특정 이용자와 버티컬을 정해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고객층의 문제를 실제로 해결한 뒤 이를 리텐션과 매출 등 지표로 기록해야 다음 투자와 시장 확장으로 이어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처음 몇 달 동안은 지표가 제대로 나오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한 사용자에 깊이 들어가 지속적으로 이용자의 페인포인트를 해결하고, 이를 지표로 기록해야 제품 개선과 자금 조달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웹3 시장의 투자 환경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는 진단도 나왔다. 준 총괄은 아시아를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이 기존 펀드의 유동성과 엑시트 문제로 신규 투자를 줄이고 있다며 초기 단계 기업의 자금 조달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스타트업은 자본시장이 다시 회복될 때까지 작은 규모로 실제 사용자를 확보하고 생존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패널들은 결국 웹3 제품의 경쟁력이 '웹3'이라는 이름 자체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실제 사용자가 반복해서 이용할 이유를 제공하는 데 있다고 봤다. 토큰 인센티브가 사라져도 이용자가 남는지, AI가 실제 효율과 매출을 높이는지, 보안과 컴플라이언스를 통해 신뢰를 확보했는지가 향후 제품의 생존을 가르는 기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GWDC 2026 코리아'는 웹3랩스(Web3Labs)와 하이파이랩스가 공동 주최하고 토큰포스트와 테크허브 뉴스가 공동주관하는 글로벌 웹3 개발자 콘퍼런스다. 29~30일 서울 aT센터에서 '빌더를 위한, 빌더에 의한(For Builders, By Builders)'을 주제로 열리며 AI, 블록체인, 디지털자산, RWA, 스테이블코인, 온체인 금융 등 산업 주요 의제를 다룬다.

박아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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