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는 가운데 서버와 건물의 수명 차이가 대규모 좌초자산을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서버·네트워크 장비의 교체 속도가 건물과 전력 인프라의 수명을 앞지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리카르도 셈러(Ricardo Semler)는 포천(Fortune) 논평에서 데이터센터의 핵심 위험이 수요 부족이 아니라 컴퓨팅 기술 교체 속도와 건물 수명의 불일치라고 지적했다. 셈러는 서버·네트워크 장비 수명을 3~6년, 냉각·전력 설비를 7~15년, 건물을 30~60년으로 제시했다.
셈러는 데이터센터 건설과 금융에 약 7조달러(약 9681조원)가 투입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이 금액은 셈러의 논평에 나온 추정치로, 다른 자료에서 같은 총액이 확인된 수치는 아니다.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는 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JLL은 2026년 상반기 북미 데이터센터 흡수 수요가 25GW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5년 상반기의 두 배이자 2024년 상반기의 다섯 배 수준이라고 밝혔다. JLL 자료
개발 예정 용량의 77%는 서부 텍사스·오하이오·루이지애나·캐롤라이나 등 이른바 프런티어 시장에 몰렸다. 북미 데이터센터 공실률은 1% 수준을 유지했고, 건설 중인 66GW 가운데 95%가 사전 약정됐다.
AI 연산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는 점도 장기 투자 위험을 키울 수 있는 요소로 거론된다. 오픈AI는 2012년과 비교해 같은 ImageNet 성능을 내는 데 필요한 컴퓨팅 규모가 44분의 1로 줄었다고 분석했다. 오픈AI 분석
에포크 AI 연구진은 최첨단 AI 슈퍼컴퓨터의 성능이 약 9개월마다 두 배로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하드웨어 취득 비용과 전력 수요는 연간 두 배 수준으로 늘었으며, 관측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30년 최첨단 시스템에 9GW의 전력이 필요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는 전망치다. 에포크 AI 연구
이 같은 수명 차이는 데이터센터를 단순한 부동산이 아니라 서버·네트워크·전력·냉각 설비가 결합된 복합 자산으로 봐야 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서버와 AI 가속기는 수년 단위로 교체될 수 있지만 건물과 전력 인프라는 더 오래 남을 수 있다.
맥킨지와 ASHRAE도 냉각·전기 설비와 건축 구조물의 수명이 서버 장비보다 길다고 설명한다. 맥킨지는 냉각 장비의 유효 수명을 10~15년, 일부 전기 설비를 8~20년으로 제시했고, ASHRAE는 기계·전기 인프라 수명을 15~20년, 건물 구조 수명을 20~50년으로 제시했다. 맥킨지 분석 ASHRAE 자료
따라서 쟁점은 데이터센터 건물이 단기간에 모두 쓸모없어지는지가 아니다. 특정 세대의 AI 장비와 전력·냉각 설비를 기존 건물 안에서 경제적으로 교체할 수 있는지가 핵심이다.
메타는 루이지애나주 하이페리온 데이터센터를 블루아울캐피털과 합작해 개발하고 있다. 블루아울 측이 합작법인 지분 80%, 메타가 20%를 보유하며 총 개발 비용은 약 270억달러(약 37조원)다. 메타 발표
메타는 완공 시설을 임차하고 임대 종료 조건에 따라 운영 첫 16년 동안 잔존가치 보증을 제공한다. 이 구조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을 사업자와 인프라 투자자가 나누는 방식이지만, 메타가 개발 비용 전액을 직접 차입했거나 모두 부채로 인식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포천은 기술 변화로 기존 통신 인프라가 용도를 잃은 사례를 들어 '실리콘벨트'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표현은 셈러의 분석적 표현이며 공식 산업 분류는 아니다. 네브래스카의 옛 AT&T 지하 통신센터가 795만달러에 매물로 나온 사례도 제시됐지만, 해당 가격의 현재 거래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AI 데이터센터의 수명과 자금조달 구조는 전력 인프라와 관련 기업을 바라보는 변수다. 다만 이번 자료만으로 국내 기업이나 가상자산 가격의 방향을 단정할 수는 없다. 본지는 앞서 대형 AI 데이터센터 86곳이 세계 배치 AI 컴퓨팅 용량의 46%를 포착한 것으로 추정됐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현재 데이터센터 시장은 높은 수요와 장기 자산의 교체 부담이 동시에 나타나는 단계다. 7조달러 투자는 확정된 집행액이 아니라 셈러가 제시한 추정치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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