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TT리서치의 가즈 고미(Kazu Gomi)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행사에서 인공지능(AI)이 기업의 연구개발(R&D) 전략을 어떻게 재편하고 있는지를 설명하며, 차세대 AI 기술에 대한 NTT의 집중적인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고미 CEO는 “AI는 현재 모든 기술 전략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하며, NTT리서치가 새롭게 출범시킨 ‘AI의 물리학(Physics of AI)’ 그룹과 AI 추론 칩셋 개발 프로젝트의 진전을 소개했다.
‘AI의 물리학’ 프로젝트는 AI의 내부 동작 원리를 분석해 편향된 결과나 오류를 줄여나갈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고미 CEO는 “AI가 잘못된 정보를 생성하거나 편향을 보일 때, 현재의 기술로는 단순히 데이터를 바꾸는 수밖에 없다”며 “신경망 내부의 특정 연결을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편향을 사전에 줄이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비록 그 효과가 10%에 불과하더라도 의미 있는 진전이며, AI 기술에 보다 정교한 제어권을 부여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하나의 주목할 프로젝트는 AI 추론 특화 칩셋이다. 이는 4K 영상과 이미지에서 객체를 효율적으로 탐지해 고해상도 상태에서 바로 인식할 수 있게 하는 기술로, 기존의 GPU 대비 전용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고미는 “이 칩은 다목적 GPU가 아니며, 챗봇이나 자율주행 차량에 사용되는 범용 AI 칩과는 달리 영상 및 이미지용으로 최적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영상 감시, 의료 영상 분석 등에서 높은 해상도로 원본 정보를 유지하면서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활용도가 클 것으로 보인다.
NTT는 AI 컴퓨팅 인프라의 근본적인 에너지 소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광자 기술에도 집중하고 있다. 고미 CEO는 “GPU 간 연결에서 발생하는 대규모 데이터 전송 병목 현상이 에너지 소모의 핵심”이라며, “이를 광전 기술을 통해 극복하면 클러스터 설계의 유연성이 커지고 냉각 부담이 줄어들며 에너지 효율도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리튬 나이오베이트(lithium niobate) 같은 신소재를 활용한 칩이 기존 실리콘의 한계를 뛰어넘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I 계산에 있어 핵심은 방대한 양의 행렬-벡터 곱 연산인데, 고미는 “이 단순한 연산이 반복되며 막대한 전력을 소모한다. 하지만 광자는 이 연산을 본질적으로 빠르고 에너지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궁극적으로는 ‘광 기반 AI 컴퓨터’ 구현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NTT리서치는 생체 디지털 트윈(bio-digital twin)을 활용한 심장병 치료 기술도 개발 중이다. 고미에 따르면 ‘자율 폐회로 중재 시스템(ACIS)’은 환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정확한 심장 상태를 예측하고 최적의 약물치료를 자동으로 도출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가상 시뮬레이션 상으로는 이미 작동하고 있으며, 향후 의료 분야에서 AI의 잠재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기술의 경계 확장뿐만 아니라, 고미 CEO는 AI 시스템이 인간과 조화를 이루며 인간의 삶의 질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AI와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협력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전략은 GPU 기술로 물리적 AI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NVDA)의 움직임과 궤를 같이한다. 엔비디아는 최근 자율주행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교육을 위한 합성 데이터 생성을 통해 제품 출시 기간을 단축시키고 있으며, AI의 새로운 컴퓨팅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미는 “엔비디아처럼 폭넓은 범위의 AI를 다루는 것은 어렵지만,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부분에서의 집중이 의미 있는 경쟁력을 만들어낸다”고 평가했다.
NTT는 전 세계에 33만 명 이상의 직원을 보유한 글로벌 ICT 기업으로, 연간 R&D 예산은 약 36억 달러(약 5조 1,800억 원) 규모다. 실리콘밸리 랩에서의 행보는 NTT가 AI 시대의 중심에서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반영한다. 고미는 “AI 기술은 단순한 혁신 수준을 넘어, 전 세계 산업 구조를 재편하고 인류의 삶 전반에 깊이 관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