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정부가 블록체인·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게임업계에선 금지돼 왔던 플레이투언(P2E) 시스템 도입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29일 국내 게임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게임사들이 대체불가토큰(NFT) 등 블록체인을 활용한 P2E 게임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국내 게임업계는 지난해부터 게임 속 재화나 캐릭터 등을 NFT로 제작하고 플레이에 따라 보상을 지급해 현금화할 수 있는 P2E 시스템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동안 국내 게임업계에는 '확률형 아이템' 중심의 수익 모델에 대한 비판이 만연했는데. 확률형 아이템의 대안으로 P2E 시스템이 주목받은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 P2E 시스템을 도입한 게임사는 많지 않다.
이는 국내의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게임법)'에 따라 게임의 재화를 현금화할 수 있는 P2E 게임은 사실상 금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P2E 시스템을 도입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모바일 게임 '무한돌파 삼국지'에 대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는 사행성을 유발한다는 이유로 등급 분류 취소 처분을 내렸다.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를 개발하고 서비스하는 나트리스는 유저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P2E 시스템이 제거된 버전인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L'을 서비스하는 동시에 게임위의 등급 분류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또 NFT 기반 블록체인 게임 '파이브스타즈 포 클레이튼' 역시 등급 분류 취소 처분을 받았으며 제작사 스카이피플은 현재 게임위에 대한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넷마블과 컴투스 등 주요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글로벌 서버에 P2E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국내 서비스가 불가한 상황에서 한국 등 특정 국가를 제외한 글로벌 서버에서 P2E 게임을 서비스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초기 단계인 P2E 게임 분야가 당국의 규제로 인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현재 국내 게임사들의 양상을 살펴보면 대형 게임사들을 중심으로 블록체인 플랫폼과 P2E 게임들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런 행태는 결국 대형 게임사들의 P2E 독과점으로 이어질 수 있고 플랫폼의 횡포 가능성도 있다"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어 김 교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국내 게임사들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P2E 게임을 허용하고 P2E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에 대해서 규제라는 칼날을 들이밀기보단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장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게 유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절대 불가 방침에도 가속화되는 P2E
미르4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P2E 시스템을 도입한 위메이드를 비롯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블록체인 게임 개발 소식을 전해온 넷마블과 컴투스 등이 본격적인 P2E 게임 서비스를 시작하고 있다.
지난 12일 넷마블은 P2E 시스템이 도입된 캐주얼 슈팅게임 '골든브로스' 얼리 액세스 진행 소식을 알리며 추후 개발되는 게임에 블록체인과 P2E 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골든 브로스는 현재 한국과 중국 등을 제외한 글로벌 서버에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으며, P2E 시스템을 도입해 이미 지난달 2일 NFT 민팅을 진행했다. 한국에서는 골든브로스의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할 수 없는 상황이며 넷마블은 추후 진행될 게임들 역시 국내 서비스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전했다.
컴투스 역시 지난 14일 ‘서머너즈 워 : 백년전쟁’을 자체 블록체인 생태계 C2X에서 구현했다고 밝혔다. C2X는 컴투스가 구축한 블록체인 생태계로 지난 2월, 백서 발행을 시작으로 플랫폼을 구축하고 C2X 토큰을 발행했다. C2X 토큰은 글로벌 암호화폐 거래소 FTX와 후오비 등에 상장했다.
컴투스는 C2X 생태계가 적용될 첫 번째 게임인 서머너즈워 : 백년전쟁을 한국 등 일부 국가가 제외된 글로벌 서버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지난 14일 태국에서 베타테스트를 마친 ‘서머너즈워 : 크로니클’ 역시 하반기 P2E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는 계획이다.
P2E 게임 출시를 앞둔 넷마블 관계자는 "세계 게임 시장에서 P2E 게임은 큰 관심을 받고 있으며 현재 아주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도전하고 시험해 본다는 생각으로 여러 P2E 게임들을 개발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게임위의 절대 불가 방침에도 불구하고 여러 게임사들이 P2E 게임 개발 소식을 전하고 있는 것은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허용됐으면 하는 염원으로 보인다"라며 "기업들이 나서서 P2E 게임을 개발하고 있고 성과도 있으니 빨리 허용해 달라는 재촉의 느낌이 든다"고 주장했다.
◇ 인수위, P2E에 대한 논의 없어
넷마블을 비롯해 여러 게임사들이 다양한 이유로 P2E 게임 개발에 힘을 쏟고 있지만 새 정부가 P2E 게임을 허용할 것인가에 대해선 불투명하다. 디지털 패권 국가를 위해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등을 육성하겠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지만 P2E 허용에 대해선 말을 아끼고 있다.
윤 당선인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P2E 허용을 공약으로 내건 이후 신중론을 내세우며 공약에서 철회하기도 했었다. 또 지난 1월, P2E 게임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에 윤 당선인은 "추후 논의가 필요하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최근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이하 인수위)에서도 P2E와 관련된 어떤 논의도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최지현 인수위 부대변인은 "현재 인수위 내부에서는 P2E 관련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게임업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현재 글로벌 게임시장에서는 P2E에 대한 높은 관심과 함께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 게임사들은 규제에 가로막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뒤처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당선인이 4차 산업 육성을 통해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를 만든다고 밝혀온 만큼 게임 산업과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을 위해 P2E 게임을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 교수는 "우리나라 게임 시장은 과거 세계에서 1~2위를 다투던 강국이었지만 현재는 5위권까지 떨어졌다. 이러한 게임산업의 추락은 당국의 다양한 규제 때문"이라며 "새 정부에서는 미래 성장가치가 분명한 게임산업의 성장을 위해 P2E 등 게임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거나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육성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