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는 타인을 위해 자신의 소유를 대가 없이,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행위다. 법이나 국가 정책이 닿지 않는 곳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부는 사회를 유지하는 중요한 기능으로 꼽힌다.
좋은 취지에 따라 많은 사람이 기부에 참여하지만, 모금과 집행 과정이 불투명하다는 점은 기부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였다. 기부자 입장에선 자신의 기부금이 얼마나 전달됐는지, 플랫폼의 수수료와 운영비가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어려웠다.
최근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투명성 문제를 해결한 기부 플랫폼들이 주목받고 있다. 탈중앙화자율조직(DAO) 기반 기부후원 프로젝트인 ‘저비스 프로토콜(Jervis Protocol)’도 그 중 하나다.
2022년 3월 15일 ‘케이체인 프로젝트 밋업’이 호텔 그레이스리 서울에서 개최됐다. 저비스 프로젝트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행사는 퍼블리시가 주관하고 케이체인, k컬쳐네트워크포럼, 필마픽쳐스가 후원했다.
△정석현 대표가 'Jervis Protocol'을 소개하고 있다. 촬영: 변세현 기자
저비스 프로토콜은 문화·예술분야 크리에이터를 후원하는 블록체인 기반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다. 유명 소설 ‘키다리 아저씨’의 후원자 이름이 ‘저비스’인 것에서 프로젝트 이름을 따왔다.
프로젝트를 이끄는 정석현 케이체인 대표는 “저비스 프로젝트는 후원자와 크리에이터가 함께 콘텐츠를 만들고 공유경제를 운영할 수 있는 플랫폼”이라며 “작가의 성장 과정을 지속적으로 응원한다는 점에서 저비스를 프로젝트 이름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저비스 프로토콜은 ▲대체불가토큰(NFT) 기반 크라우드 펀딩 ▲DAO 기반 커뮤니티 펀딩 ▲토큰 이코노미 등 세가지 요소로 구성된다.
후원이 필요한 크리에이터는 저비스 홈페이지에 콘텐츠 내용, 목표 금액 등의 기본적인 내용을 담은 프로젝트 신청서를 올린다. 이때 후원자는 크리에이터가 올린 프로젝트를 보고 가상자산으로 후원하는 방식이다.
후원자는 후원의 댓가로 크리에이터가 발행한 NFT를 받게 된다. 정 대표는 “해당 NFT는 프로젝트에 대한 권리를 증명하거나 오프라인 모임의 참석 기회를 주는 등 후원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하는 용도로 사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후원자는 커뮤니티 멤버쉽 토큰을 통해 크리에이터 의사결정에 함께 참여할 수도 있다. 중요한 의사결정을 토큰 보유자의 투표로 결정하거나, 토큰 보유자에게 에어드랍이나 프라이빗 모임 참여 등의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다.
정 대표는 “크리에이터가 수익을 거버넌스 토큰 보유자에게 분배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증권형 토큰에 해당해 문제가 될 수 있다”며 “법적 기반이 마련되면 실질적인 토큰 보상 시스템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크리에이터가 후원받은 가상자산은 블록체인을 통해 투명하게 공개된다. 기존 플랫폼에서 기부·후원 액수를 정확히 알 수 없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저비스 프로토콜의 활용은 문화예술 콘텐츠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로 확장될 수 있다. 인기 작가나 디자이너의 저작권에 투자하거나, 부동산·예술품 등의 조각투자에 활용하는 등의 방식이다.
정 대표는 “후원자는 누구든지 키다리아저씨가 되어 본인이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를 후원하고 소통할 수 있다”며 “서로 이익을 공유하는 탈중앙화된 문화생태계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사업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