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022년 초 예정된 가상자산(암호화폐) 과세를 1년 유예하는 데 합의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은 700만 명에 달하는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과세를 추진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 조세소위원회는 2021년 11월 29일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2022년 1월에서 2023년으로 1년 유예한다는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명확한 가상자산 정의, 업권법, 투자자 보호 방안이 부재한 상태에서 과세부터 시행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데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낸 것이다.
하루 전인 11월 28일 여야 간사인 김영진 더불어민주당·류성걸 국민의힘 의원과 정부 측이 비공개 회의인 '소소위'를 통해 이 같은 내용에 잠정 합의한 것이 순조로운 의결 배경이 됐다.
암호화폐 업계는 과세 형평성 문제, 시행 준비 미비 등의 문제로 과세 유예를 주장해왔다. 현행 소득세법은 가상자산을 '기타소득'으로 간주하고 250만 원을 기본 공제한 금액에 20% 과세한다. 주식의 경우, 금융투자소득으로 분류돼 5000만 원이 기본 공제되며 과세 시행 시기도 2023년이다. 이번 개정안에는 과세 시점 유예 부분만 다뤄진 상태다.
과세 유예 결정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일찍부터 과세 유예를 주장해온 노웅래 의원 측은 "아직 본회의 통과 절차가 남아 있으나, 여야 합의로 소위를 통과한 만큼 사실상 가상자산에 대한 과세가 1년 유예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상자산 과세 유예는 '준비가 안 된 과세'를 할 수 없다는 측면에서 당연한 수순"이라면서도 "다만 기재부 반대로 인해 비과세 한도를 높이지 못한 것은 매우 아쉬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상자산을 미술품처럼 취급해서 250만 원만 비과세하겠다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하지 않다"며 "기재부가 국회의 입법 활동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명백한 권한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과세 시행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더 생긴 만큼, 그때까지 비과세 한도를 더 높여 가상자산 시장을 활성화하고 대한민국의 디지털 대전환을 이끌어 가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부연했다.
정의당은 11월 29일 거대 양당이 가상자산 과세 시점을 당초보다 1년 늦추고,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완화하기로 합의한 것에 대해 '밀실야합'이라고 비판했다.
장혜영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선거를 앞두고 기득권 양당이 또다시 밀실에 숨어 자산 과세를 무력화하기로 합의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회 기획재정위) ‘소소위’는 철저히 비공개로 속기록도 남지 않아, 국민들은 기득권 양당 간 어떤 논의가 있었는지도 알 수 없다”며 “가상자산 과세를 유예하는 것은 과세 형평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짚었다.
장 수석대변인은 “기득권 앞에서 하나가 되는 양당의 모습은 정말 지겹다”며 “이번 대선에서 양당의 밀실 야합을 심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소득법 개정안에는 1세대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부담을 덜어 주는 비과세 기준을 기존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상향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안은 11월 30일 기재위 전체회의에 이어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를 거친 뒤 이르면 12월 초 국회 본회의에 회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