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페이코인의 행보가 남다르다. 2021년 9월 2일 치킨 브랜드 멕시카나는 자사 앱에 페이코인 결제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카페 브랜드로 유명한 이디야커피도 9월 30일부터 음료 결제에 페이코인 사용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CU, 세븐일레븐, CGV, 도미노피자 등에서 페이코인을 통한 결제를 지원하고 있다.
페이코인은 휴대폰 결제 회사 다날의 자회사인 다날핀테크가 발행한 암호화폐 기반 결제 서비스다.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를 통해 기존 결제 시장의 높은 수수료와 느린 정산 주기 등의 개선을 목표로 한다.
다날핀테크에 따르면 페이코인은 2019년 서비스 오픈 이후 현재 누적 결제액 180억 원, 2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했으며 7만개 이상의 가맹점을 확보했다. 월평균 사용자는 70만 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암호화폐 투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페이코인 사용자도 함께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블록체인 기자라면 코인으로 커피 정도는 사줘야지"
블록체인 업계에 대한 기사를 읽다보면 페이코인 관련 기사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특히 본인이 블록체인 기자라면, 페이코인 관련 보도자료를 다뤄본 경험이 적어도 한 번씩은 있을 것이다.
필자도 페이코인 관련 기사를 몇 번 썼지만, 페이코인 앱을 사용해본 경험은 없었다. ‘페이코인이 ○○와 제휴를 맺었다’는 기사를 쓰면서 정작 어떻게 사용하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내심 부끄러웠던 부분이다.
그래도 블록체인 전문 기자라면, 코인으로 커피는 살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이런 포부(?)를 데스크에게 말하니 소정의 취재비를 지원해주겠다는 답을 받았다. 이참에 페이코인을 한번 체험해보고 관련 경험을 기사로 작성해보기로 했다.
깔끔한 UI와 빠른 결제, 만족스러운 사용 후기
페이코인 앱을 설치하고 들어가보니 다날핀테크의 공식 모델인 배우 이정재의 광고화면이 먼저 보였다. 사회적 이미지가 중요한 배우들이 암호화폐 광고에 출연하기 시작했다는 점은 암호화폐 업계의 성장세가 어느 정도인지를 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 배우 이정재 광고사진(왼쪽)과 페이코인 메인화면(오른쪽). 오징어 게임으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이정재님을 보니 다날핀테크 담당자의 미소가 떠오르는듯 하다.
광고화면 이후 본인인증을 거치면 페이코인(PCI) 잔액 현황과 바코드가 있는 메인 화면이 나온다. 지금 내가 PCI를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 PCI의 현재 시세는 얼마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여타 다른 암호화폐처럼 PCI의 원화가치도 실시간으로 변동되기 때문에, 구매하기 전 잔액을 확인해야 한다. 시세에 따라 원화 1000원을 충전한 후 1200원짜리를 살 수도, 800원짜리를 못 살수도 있다.
결제에 사용되는 바코드가 화면 하단에 크게 표시되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결제를 하기 위해 바코드를 꺼내는 시간이 매우 짧았기 때문이다. (“포인트나 할인 있으세요?” 라고 묻는 점원을 앞에 두고 바코드를 꺼내려 주섬주섬 하는 뻘쭘한 시간이 없었다) 간편한 사용을 위해 UI(사용자 인터페이스)에 신경을 꽤나 썼다는 인상을 받았다.
이벤트로 받은 2 PCI(한화 약 1400원)로 CU편의점에서 음료를 구입했다. 1000원짜리 음료를 고르고 점원이 바코드를 찍으니 계산이 끝났다. 암호화폐로 구입한 첫 음료가 손에 들리기까지 5초도 걸리지 않았다.
△ ‘삑, 그리고 다음’ 을 외치니 이벤트로 받은 PCI가 달달한 음료로 바뀌었다. 결제를 마치면 왼쪽 사진처럼 결제 액수가 표시된다. 공짜라서 그런가 더 달게 느껴진다.
번거로운 PCI 충전과정… 환전 시 수수료도 문제
페이코인을 이용한 결제는 빠르고 간편했다. 그러나 결제를 위해 PCI를 충전하는 과정은 상대적으로 번거로웠다. 특히 환전을 위한 복잡한 과정과 수수료는 페이코인 사용에 걸림돌로 다가왔다.
PCI를 충전하는 첫 번째 방법은 암호화폐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이때 거래소에 상장된 페이코인 원화마켓 유무에 따라 이용하는 방법도 달라진다.
빗썸이나 코인원의 경우 페이코인 원화마켓을 지원하고 있다. (페이코인을 원화로 구입할 수 있다) 페이코인을 구매하고 싶으면 '거래소에 원화 입금 → 입금한 원화로 페이코인 구매 → 페이코인 앱 지갑으로 송금' 과정을 거치면 된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중 이용자가 가장 많은 업비트는 PCI 원화마켓을 지원하지 않는다. 업비트에서 페이코인을 구입하려면 '거래소에 원화 입금 → 입금한 원화로 BTC 구매 → BTC로 PCI 구매 → 페이코인 앱 지갑으로 송금'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더 번거로울 뿐더러 ▲비트코인을 살 때 ▲비트코인을 PCI로 바꿀 때 ▲지갑으로 송금할 때 총 3번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이외 실명계좌가 없는 거래소는 더욱 과정이 복잡하다. 코인 거래의 자세한 과정을 알고싶으면 '특금법 시행 D-1, 암호화폐 시장 어떻게 되나' 참고)
거래소에서 암호화폐를 구입하기 위해선, 각 거래소와 계약을 맺은 은행의 계좌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업비트는 케이뱅크, 빗썸·코인원은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과 각각 실명계좌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은행의 계좌를 거래소에 등록해야만 원화 입출금, 암호화폐 구매가 가능하다.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하는 경우, 이를 앱 지갑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수수료가 발생한다. 비트코인의 경우 송금 수수료가 0.001BTC(한화 약 5만 8000원)인 반면, PCI는 송금수수료가 3PCI(한화 약 2300원)에 불과하다. 가능하다면 페이코인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 비트코인은 송금에 0.001BTC(한화 약 6만원)가 필요하다. 그러나 원화마켓이 있는 거래소에서 구매할 경우 출금 수수료가 3 PCI(한화 약 2300원)에 불과해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제휴사 포인트를 페이코인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다모음캐시(dcash)나 티캐시(TCASH)를 PCI로 전환할 수 있다. 별도의 수수료가 필요하지 않아 가장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단 이것도 해당 제휴사를 이미 이용하고 있을 경우에 해당되는 경우다. 평소 두 제휴사를 이용하지 않아 포인트가 없는 경우 혜택을 보기 어렵다.
마지막 방법은 페이코인 앱 내 ‘Liquid(리퀴드) 거래소’를 이용하는 것이다. 해외 결제가 가능한 VISA 카드를 통해 비트코인을 직접 구매하지 않고 바로 PCI를 원화로 구매할 수 있다. 단, 일부 카드의 경우 해외 거래소인 리퀴드 이용이 제한된다. UI 또한 해외 거래소 어플인만큼 속도가 느리고 불편했다.
(다날핀테크 전략기획실에 문의한 결과, 해외거래소 리퀴드를 이용히는 방법은 특정금융정보법 시행 이후 더 이상 지원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방법은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코인을 구매하는 첫 번째 방법이다. 비트코인의 송금수수료가 6만원 가량이기 때문에 이용자 대부분이 거래소에서 페이코인을 직접 구매해 앱으로 전송하는 식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객 유입 위한 이벤트 多… 지속가능성은 의문
페이코인의 경우 현재 다수의 업체와 제휴를 맺으며 여러가지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CU나 세븐일레븐 등 편의점에서 페이코인을 통해 물건을 구매할 경우 15%의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실제로 관련 이벤트를 검색해보면 페이코인을 통해 치킨이나 애플워치 등을 싸게 구입했다는 리뷰를 어렵지 않게 확인할 수 있다.
단, 할인 혜택의 대부분이 초창기 고객을 유도하기 위한 한시적 이벤트임을 고려하면, 페이코인 사용을 유도할만한 다른 요인들이 필요해보인다. 페이코인을 구매하고 앱으로 전송하는데 수수료가 발생하는 만큼 할인 혜택이 종료된다면 소비자의 이용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날핀테크 담당자에게 문의해보니 할인혜택은 계속 유지할 것이라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날핀테크 담당자는 “초기에는 회사가 부담하는 마케팅 비용이 컸던게 사실”이라면서도 “제휴처 매출이 상승하고 가맹점 이용자가 증가하면서 최근은 업체가 비용을 더 부담하면서 프로모션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추세를 유지한다면 꾸준히 사용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할인혜택 이외에 다양한 이벤트도 눈에 띈다. 이용자들은 출석체크나 앱 내 게임을 통해 소량의 PCI를 쉽게 얻을 수 있고, 페이코인에서 쇼핑한 금액의 일부를 PCI로 돌려받을 수 있다. 담당자는 “게임, 출석체크로도 암호화폐를 획득할 수 있고 기존 간편결제 대비 할인혜택이 크다보니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사용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넘어야할 부분 많지만, 그럼에도 사용할 요인은 충분
암호화폐 투자 경험이 없는 사람의 경우, 페이코인을 이용한 결제가 '간편'하게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다. 비트코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 혹은 페이코인을 자주 구매한 사람이 아니면 거래소를 이용한 충전방법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실시간 가격 변동도 페이코인의 차별점이면서 동시에 소비자 리스크를 높이는 요인이다.
그럼에도 짧은 기간 사용해본 페이코인은 결제의 편리성과 다양한 할인혜택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유입 요인은 충분해보였다. 암호화폐 투자자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만큼, 페이코인이 가진 단점들은 자연스레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