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가 외국인 회원의 암호화폐 출금에 원천징수를 적용한다.
업비트는 지난달 29일 외국인 회원을 대상으로 보낸 메일을 통해 "6월 1일부터 외국인 회원이 원화 혹은 디지털 자산(암호화폐)에 대해 출금을 요청할 경우, 거래에 따른 세금을 포함한 일부 자산이 제외된 금액 혹은 수량이 출금된다"고 밝혔다.
해당 조치는 국내에 거주하지 않는 외국인 업비트 회원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업비트는 소득세법 제119조 제12호(국내원천 기타소득)에 근거해 올해 1월 1일부터 업비트 내 거래를 통해 발생한 전체 이익에 대해 22%(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적용한다.
다만 국내 거주자의 암호화폐 소득에 대해서는 과세 규정이 없어 원천징수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업비트는 외국인 회원이 출금을 요청하면 원천징수액을 고객 계정에 거래대기금으로 따로 분류해, 이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에 대해서만 출금을 지원한다.
원천징수액은 원화의 경우, 원화마켓 매매에 따른 손익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암호화폐의 경우에는 입금 혹은 매수 시 가격을 취득원가로 책정하고, 매도 시 평가금액을 비교해 산정된다.
다만 업비트는 암호화폐의 가격 변동성과 과세 당국의 과세 기준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원천징수 금액을 일부 높게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향후 업비트는 과세 당국이 과세에 나설 경우 고객 계정에 예수된 금액을 세금으로 납부하고, 잔액이 발생하면 이를 회원에게 돌려줄 예정이다.
업비트 관계자는 "세금 명목으로 책정돼 거래대기금으로 예수된 금액은 디지털 자산 변동성과 과세 당국의 과세 기준 변경 가능성을 고려해 실제 과세금액보다 일부 높게 책정됐다"며 "최종 과세 후 잔액이 있을 경우 추후 별도의 절차를 거쳐 추가 출금이 가능하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외국인 회원을 대상으로 한 업비트의 이번 출금 지원 변경 조치는 지난해 12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이 국세청으로부터 803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국세청은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의 운영사인 빗썸코리아에 외국인 고객의 출금액을 기준으로 원천징수의무자인 빗썸에 803억원(지방세 포함)의 세금을 부과했다. 당시 업계는 암호화폐 거래자 과세에 대한 법적 근거가 불충분한 상황에서 국세청이 무리하게 세금 징수를 추진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해당 소식이 전해진 후, 업비트는 지난 12월 말부터 약 5개월 동안 외국인 회원에 대한 출금을 제한해왔다. 이에 대해 업비트는 세금 원천징수 신고 및 납부 처리를 위한 내부 시스템을 구축을 이유로 들었다. 시스템 구축은 현재 완료된 상태로, 업비트는 지난 1일부터 외국인 회원에 대한 출금을 재개했다.
한편, 정부는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 아래, 암호화폐로 얻은 수익에 세금을 부과하는 세법 개정안을 다음달 중으로 내놓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암호화폐 소득에 대한 과세 기반을 마련하고 후속 법률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