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에 대한 호주인들의 인지도는 높은 반면 이를 결제에 활용하는 비율은 현저하게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호주 중앙은행(RBA)이 지난해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80% 이상은 암호화폐 결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에 상품 결제에 암호화폐를 사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1%가 안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총 1,100명이 응답한 해당 설문조사는 지난해 10월과 11월에 진행됐다. 은행은 3년마다 소비자 결제조사(CPS)를 실시하고 있다.
호주인들의 현금 사용은 감소 추세를 보인 반면, 전자결제 활용은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7년 호주인들의 현금 사용 비율은 69%에 달했지만 지난해 27%로 42% 감소했다. 반면에 체크카드 및 신용카드 사용 비율은 26%에서 63%로 37% 증가했다.
암호화폐 결제에 대한 대중의 인지도는 후불 결제나 모바일 비접촉식 결제(tap and go)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중국계 모바일 결제 서비스 '알리페이(Alipay)'나 '위챗페이(WeChat Pay)', 인앱(In-app) 모바일 결제보다 높은 인지도를 보였다.
그러나 1년에 적어도 1번 이상 결제에 사용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낮았다. 소비자의 3분의 1 이상이 인앱 모바일 결제를 지불에 활용했다고 답해 가장 높은 활용률은 보였고, 모바일 비접촉식 결제, 후불 결제가 뒤를 이었다. 반면에 암호화폐 결제 사용은 채 1%가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RBA 관계자는 "많은 응답자들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에 대해 들어보았지만 이를 활용해 지난 1년간 소비에 이용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새로운 결제 수단이 늘고 있지만 이 가운데 많은 부분이 기존 카드 네트워크를 사용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호주는 블록체인·암호화폐 분야에서 적극적인 태도를 취해왔다. 지난 2017년에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자산으로 취급하고 양도소득세를 부과하고 있으며, 지난달에는 새로운 블록체인 정책 로드맵을 내놓기도 했다.
그럼에도 암호화폐 결제 이용률이 낮은 이유는 암호화폐의 높은 가격 변동성과 함께 고도로 발달해 있는 다른 디지털 결제 인프라가 널리 보급돼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앞서 호주 중앙은행은 앞서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호주 내 암호화폐 결제 확산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낸 바 있다.
필립 로우(Philip Lowe) 호주 중앙은행 총재 "호주는 이미 효율적인 전자결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며 "암호화폐 사용은 널리 확산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