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무장지대(DMZ)의 남북 청년들 ‘크립토 밸리’로

오는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역사적인 북‧미정상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과 미국의 트럼프가 만난다. 이제 한반도는 before(이전) 6월 12일과 after(이후) 6월 12일로 구분할 정도로 냉전을 마감하고 새로운 평화의 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하지만 "공짜 도시락이 없다"는 격언과 같이 한반도의 평화의 여정은 멀고 가시밭길일 수 있다.

그럼 어떻게 한반도의 평화가 번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것이 어떻게 가능한가?

미국의 마이크 폼페어오 국무부 장관은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실행하면 대한민국 수준으로 경제발전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일각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적대국이었던 잿더미의 독일을 부흥시키기 위해 마셜 플랜으로 지원했듯이 ‘북한판 마셜 플랜’을 제안하기도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경제성장은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일한 위대한 국민들, 즉 독일 막장의 광부와 간호원, 베트남 전쟁, 사우디아라비아 모래 공사판, 리비아의 관수로 공사 등 세계 곳곳에서 피땀을 흘린 결과다. 아직도 한국 국민들은 세계 136개국에서 ‘디아스포라’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북한이 대한민국과 같은 수준의 빠른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2가지가 필수적이다. 즉 경제성장을 이끌 인적 자원과 돈 재원이다. 지난 3월 김정은 위원장은 중국판 실리콘밸리인 베이징의 중관촌을 방문했다. 최근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최측근인 박태성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중국을 다시 방문해 경제발전 모델을 학습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과 그 측근들이 경제성장 모델을 공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북한의 변화는 톱 다운의 방식으로 작동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방식은 필수조건이지 경제발전을 위한 충분조건이 되지 못한다. 이를 보충하는 방안이 있다. 바로 북한 청년들이 경제발전에 주축으로 나서는 길이다. 개성공단의 모델은 사실 제3세계 모델이다.

북한이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선 하이텍과 디지털의 융복합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서야 가능하다. 긴 안목으로 북한 경제발전을 이룩하기 위해 30년의 로드맵이 필요하다. 김정은 위원장이 공부한 스위스가 시사점을 준다. 스위스는 세계 최고 경제부국이다. 2017년 국민 1인당 GDP가 8만 달러를 넘어섰다. 국민행복지수도 가장 높은 나라다.

스위스가 부자 나라로 발전한 것은 4대 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이민 온 위그노 인들은 시계를 토대로 정밀기계 산업을 발전시켰고, 세계적인 제약회사인 노바티스로 대표되는 화학제약 산업, 유럽의 지붕인 융프라우 꼭대기를 산악기차로 타고 올라갈 정도로 개척한 관광 산업, 누구든 돈을 예치할 수 있는 금융 산업을 꼽을 수 있다.

또한 스위스는 금융 강국답게 4차 산업혁명의 중심 기술인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적극적이다. 스위스는 추크(Zug)를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메카인 ‘크립토 밸리’로 만들었다. 5년 전 비트코인 스위스가 추크에 설립됐고, 이듬해 상장 플랫폼인 이더리움이 스위스에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스위스의 크립토 밸리에 170여 개 이상의 암호화폐·블록체인 기업과 재단이 들어섰다.

북한의 급속 경제발전을 지원하기 위해 비무장 지대(DMZ)에 스위스 추크 같이 ‘크립토 밸리’ 도시 설립을 제안한다. 남북 청년들과 세계 청년들이 함께 창업도시이자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의 메카로 만들자는 것이다. 세계에서 한국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한 열기가 가장 뜨거운 나라 중 하나다.

또한 블록체인을 활용한 ‘토큰 이코노미’가 북한판 크립토 밸리 개발의 튼튼한 돈줄이 될 수 있다. 남북 평화 조성과 창업단지와 돈줄이라는 1석 3조의 효과가 있다. 또한 현재 한국의 네거티브 규제에도 ‘샌드 박스’, 즉 비규제 영역이 되기 때문에 창업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 창업이 성공하기 위해선 융복합, 다양한 창업 생태계가 필요하다. 북한은 디지털 및 우주항공 분야의 세계 최고 인력이 있다. 이들과 대한민국의 사업화 역량이 합쳐지면 경제 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 이제 구체적으로 준비할 때다.

김택환 경기대 특임 교수, 토큰포스트 자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