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제약 기업 아타이 라이프 사이언스(Atai Life Sciences)가 비트코인(BTC)을 자산으로 편입해 '바이오텍 겨울'을 극복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0일(현지시간) 아타이 라이프 사이언스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크리스티안 앙거마이어(Christian Angermayer)는 서브스택(Substack) 게시글을 통해 회사가 500만 달러(약 73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을 매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약 개발은 오랜 시간이 걸리며 자본을 많이 소모하는 산업"이라며 "규제 승인을 받기까지 10년 이상이 걸릴 수 있어 기업이 재정적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현재 바이오테크 산업은 인플레이션과 높은 금리에 따른 '자금 경색'으로 휘청이고 있다. 스타트업 생태계를 분석하는 테크크런치는 올해 폐업하는 바이오테크 기업 수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앙거마이어는 "일반적으로 바이오 기업들은 현금을 보존하기 위해 거의 이자가 없는 계좌에 보유하는 경향이 있다"며 "비트코인을 재무 자산에 포함하면 인플레이션과 저수익 자산의 위험을 동시에 대응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타이는 최근 몇 달간 비트코인을 매입한 최소 다섯 개의 상장 의료기업 중 하나가 됐다. 바이오테크 기업 퀀텀 바이오제약(Quantum BioPharma)는 지난해 12월 100만 달러(약 14억 6,000만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매입한 이후 현재까지 총 350만 달러(약 51억 원)를 투자했다. 의료기기 제조업체 셈러 사이언티픽(Semler Scientific)도 5월부터 2억 8,040만 달러(약 4,097억 원)를 들여 3,192 BTC를 매입했다. 이 밖에도 호스 테라퓨틱스(Hoth Therapeutics), 아큐렉스 파마슈티컬스(Acurx Pharmaceuticals), 엔리벡스 테라퓨틱스(Enlivex Therapeutics) 등이 같은 전략을 발표했다.
앙거마이어는 아타이의 비트코인 매입이 장기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면서도 단기적으로 재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목적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단기적인 가격 변동성을 감안해 보유 자산의 대부분은 미국 달러, 단기 유가증권 및 주식으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비트코인 가격 기준으로 아타이가 매입할 500만 달러 상당의 비트코인은 약 59개에 달하며, 이는 전 세계 상장 기업 중 52번째로 많은 보유량이다.
최근 비트코인 시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이다. 아타이 주가는 20일 장 초반 1.47달러까지 상승했으나 이후 1.37달러로 마감하며 1.44% 하락했다. 다만 올해 들어서는 약 3%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