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NVDA)가 차세대 GPU 아키텍처 '블랙웰(Blackwell)'을 공개하며 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CAE)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최대 50배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이번 발표는 2025년 GTC에서 젠슨 황(Jensen Huang) 엔비디아 CEO의 기조연설을 통해 이루어졌다.
블랙웰 기반 하드웨어는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 기업들이 개발하는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소프트웨어의 성능을 극적으로 끌어올릴 전망이다. 협력사로는 앤시스(Ansys), 알테어(Altair), 케이던스(Cadence), 지멘스(Siemens), 시놉시스(Synopsys) 등이 포함됐다. 이들 기업은 엔비디아의 GPU 가속 라이브러리인 'CUDA-X'와 최적화된 설계 청사진을 활용해 자동차, 항공우주, 에너지, 제조 및 생명과학 분야에서 제품 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비용을 절감하며, 설계 정밀도를 높일 수 있게 된다.
젠슨 황 CEO는 "엔비디아 블랙웰과 CUDA 가속 물리 시뮬레이션이 결합하면서 실시간 디지털 트윈이 가능해졌으며, 이는 엔지니어링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정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머지않아 거의 모든 제품이 실물 제작 전에 디지털 트윈으로 먼저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랙웰 GPU가 적용된 생태계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앤시스, 알테어, 케이던스 등 다양한 기업이 이 기술을 활용하여 엔지니어링 시뮬레이션을 가속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케이던스는 엔비디아의 '그레이스 블랙웰(Grace Blackwell)' 가속 시스템을 이용해 전체 항공기의 이착륙 유체역학 시뮬레이션을 수행하는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수십만 개의 CPU 코어가 필요했던 작업을 단 하루 만에 처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항공우주 산업에서는 보다 안전하고 효율적인 항공기 설계가 가능해지고, 풍동 실험 필요성이 줄어들어 개발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소프트웨어 기업들도 블랙웰을 활용한 성과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앤시스의 CEO 아제이 고팔(Ajei Gopal)은 "앤시스와 엔비디아의 긴밀한 협력이 초고속 혁신을 실현하고 있다"며, "볼보의 엔지니어들이 블랙웰 GPU의 컴퓨팅 성능을 활용해 복잡한 유체역학 문제를 더욱 정밀하고 신속하게 해결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클라우드 기반 CAE(컴퓨터 지원 엔지니어링) 플랫폼 기업 리스케일(Rescale)도 엔비디아 블랙웰과 협력해 새로운 'CAE 허브'를 구축했다. 예를 들어, 초음속 여객기 제조사 붐 슈퍼소닉(Boom Supersonic)은 이 기술을 활용해 항공기 설계를 가속화하고 있다. 블랙웰 GPU 기반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양한 비행 조건을 반복적으로 테스트할 수 있어, 제품 성능 최적화와 시장 출시 기간 단축이 가능해진 것이다.
엔비디아는 현재 블랙웰 기반 디지털 트윈 플랫폼 '옴니버스 블루프린트(Omniverse Blueprint)'도 출시했다. 이를 통해 엔지니어링 및 제조 업계 전반에서 보다 정밀한 시뮬레이션과 설계 최적화 작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블랙웰 아키텍처의 도입이 산업 전반의 생산성 향상과 엔지니어링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향후 엔비디아의 AI 및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이 어떻게 확장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