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중국 및 인도와의 석유 거래에서 암호화폐를 활용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로이터는 14일 복수의 정보원을 인용해 러시아 일부 석유 기업들이 비트코인(BTC), 이더리움(ETH), 테더(USDT) 등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서방 국가들의 금융 제재를 우회하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러시아의 2024년 석유 수출 규모는 1,920억 달러(약 280조 원)에 달한다. 현재 암호화폐가 사용되는 거래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점차 증가하는 추세라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또 다른 정보원은 러시아가 기존 금융망을 대신할 다양한 결제 시스템을 개발 중이며, 그중 하나가 USDT 기반의 결제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암호화폐 트랜잭션을 추적하는 조사 기관의 연구원으로, 제재 회피 목적의 금융 네트워크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의 향후 정책이 러시아의 암호화폐 활용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정보원 중 한 명은 "설령 트럼프 행정부가 대러 제재를 완화하고 미달러 거래를 허용하더라도, 러시아는 여전히 암호화폐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존 금융망보다 속도가 빠르고 편리하다는 점이 핵심 이유로 지목됐다.
러시아는 이미 암호화폐를 국제 결제 수단으로 적극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지난해 8월, 러시아 하원은 실험적 법제도(EPR) 하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국제 결제를 허용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이는 특정 무역거래에서 암호화폐를 공식 승인하는 초석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대상으로 3년간 암호화폐 투자 실험을 허가하는 법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대상은 자격 요건을 충족한 투자자로, 1억 루블(약 17억 원) 이상의 금융 자산을 보유했거나, 연 수익이 5,000만 루블(약 8억 7,000만 원) 이상인 개인들이다. 이번 조치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중국, 인도의 암호화폐 활용 움직임은 글로벌 시장에도 상당한 파급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회피 수단으로 암호화폐가 자리 잡을 경우, 국제 경제 및 규제 당국의 대응이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