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오늘날 사용하는 스마트폰에서 안테나가 옛날보다 상당히 발전했다. 그런데 그 어떤 전문가도 스마트폰 안테나의 규격이나 스펙을 말하는 사람이 없다. 스마트폰 자체가 좋기에 사용할 뿐이다."
"블록체인도 마찬가지다. 블록체인을 통해 탄생한 산물도 그게 좋아서 사용하는 것이지, 블록체인이기 때문에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이런 부분을 고민한다면 내년에는 블록체인이 탑재된 킬러 컨텐츠가 많이 나올 거라고 생각한다. 블록체인의 꿈은 그렇게 실현돼야 한다."
김태원 글로스퍼랩스 대표의 말이다. 김 대표는 20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월드블록체인서밋마블스 2019 행사에서 '블록체인,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에서 김 대표는 블록체인 업계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 제도 개선만을 기다릴 게 아니라 자생(自生)하는 방법을 찾으면서 킬러 컨텐츠를 발굴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제도 개선과 관련해 업계에서는 '제도가 개선돼야지 그 위에서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히려 비즈니스로 확실한 효과나 효율성이 있는 분야를 먼저 기업이 만들어나가고, 이를 토대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게 기업 성공에 가까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이 실생활에 자연스럽게 접목돼 사용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내가 사용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16~2017년부터 비트코인 결제 등 페이먼트 사업들이 많이 나와서 가맹점을 늘리고 있는데 저는 100% 실패한다고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저 역시 페이먼트 사업을 하면서 낮에는 암호화폐 사용 가맹점을 늘리고 다니고, 저녁에는 암호화폐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임에도 더 편리하다는 이유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었다"면서 "사람들에게 새로운 결제수단을 강요할 게 아니라 그들이 가장 편하게 생각하는 결제수단에 암호화폐를 연결시켜 주는 것이 블록체인 산업이 해야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김 대표는 현재 어려운 블록체인 업계 상황과 관련해 제도에 맞서 자신의 이상만을 강조할 게 아니라 현실에 발맞춰 나가는 유연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작년에 글로스퍼에서 국내 블록체인 업체를 유형별로 조사해 분류했는데 이 가운데 70% 기업들이 사업을 중단한 상태"라며 "글로스퍼를 포함해 현재 블록체인 업계는 하고 싶은 사업과 생존을 위해 해야하는 사업 사이의 딜레마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살아남아 미래를 선도할 기업들은 현재 단계에서도 자급자족이 가능한 업체들이어야만 한다"면서 "현재 주어진 환경에서 어떠한 수익을 얻을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무조건 암호화폐공개(ICO)로 투자를 받아야겠다는 생각보다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청년창업대출, 기술보증기금을 적절히 활용하고, 그 후에 운신의 폭을 높이기 위해 해외 자금조달을 진행하는 등 다양한 수단을 병행해서 진행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김 대표는 블록체인 기술의 포지셔닝을 명확하게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전체 산업, 4차 산업과의 관계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칫 블록체인 기술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생각해 모든 산업을 블록체인 중심으로 생각하면 현실과 괴리된 큰 착각에 빠질 수 있다는 게 김 대표의 주장이다.
김 대표는 "저 자신도 블록체인이 하나의 큰 산업이고 다른 모든 산업들이 블록체인 아래 재편돼야 한다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시장은 블록체인에 관심이 없기 때문에 킬러 컨텐츠로 시장의 관심을 불러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모듈이나 SDK를 개발하고, 인공지능이나 사물인터넷(IoT) 등 다른 큰 산업에 어떻게 접목이 될 수 있을까, 그들의 생태계 시스템에 어떻게 하면 들어갈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그렇게 되면 하루에 1천 명 밖에 쓰지 않는 댑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고, 각종 산업에서 인정받는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과 성공하는 기업들이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