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그레이스케일(Grayscale)의 XRP 및 도지코인(DOGE)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공식적으로 접수했다. 이에 따라 SEC는 240일 이내에 해당 ETF 승인 여부를 결정해야 하며, 최종 기한은 올해 10월 중순이 될 전망이다.
SEC는 2월 13일 그레이스케일의 XRP 신탁 및 도지코인 신탁 관련 19b-4 양식을 인정했다. 이 과정은 ETF 승인 심사를 위한 첫 단계로, 신청서가 연방 관보에 등재되는 즉시 공식적인 검토 일정이 시작된다. 일반적으로 SEC는 이러한 신청서를 며칠 내에 연방 관보에 등록하기 때문에 시한은 빠르게 도래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SEC는 라이트코인(LTC)과 솔라나(SOL) ETF 신청도 인정하는 등 암호화폐 기반 ETF에 대한 접근 방식을 다소 완화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SEC의 지도부가 암호화폐 규제에 대해 보다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전 SEC 위원장 게리 갠슬러(Gary Gensler) 체제에서는 솔라나 ETF 신청이 최소 두 차례 반려됐으며, 그레이스케일은 비트코인(BTC) 신탁을 ETF로 전환하기 위해 법정 공방을 거쳐야 했다.
ETF 시장 전문가들도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제임스 세이파트(James Seyffart)와 에릭 발츄나스(Eric Balchunas)는 XRP와 도지코인 ETF가 올해 말까지 각각 65%, 75%의 승인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라이트코인 ETF는 이보다 높은 90%의 확률로 승인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XRP의 경우, 리플랩스(Ripple Labs)와 SEC 간의 법적 분쟁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8월 법원은 XRP가 2차 시장에서는 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했으나, SEC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특히 SEC는 XRP의 기관 판매가 증권법을 위반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해당 분쟁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는 한 XRP ETF 승인 절차가 지연될 수도 있다.
반면 도지코인의 경우에는 상황이 보다 명확하다. SEC는 지금까지 도지코인의 증권성을 직접적으로 문제 삼은 적이 없으며, 도지코인이 비트코인과 유사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승인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비트코인 현물 ETF가 이미 승인된 만큼, 도지코인도 같은 논리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SEC의 행보가 암호화폐 ETF 승인 과정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앞으로 몇 달간 진행될 심사 과정에서 당국의 태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이며,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