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무역 관세 정책을 다시 꺼내 들면서 인도가 긴장하고 있다. 최근 인도는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 관세를 추가 인하하며 미국과의 무역 마찰을 완화하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지만, 트럼프가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불확실하다.
2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인도 정부는 1,600cc 이상의 대형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 관세를 50%에서 30%로, 소형 모델은 50%에서 40%로 인하했다. 이 조치는 미국산 모터사이클, 특히 할리 데이비슨의 인도 시장 진입을 보다 원활하게 하기 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델리는 이를 통해 트럼프의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줄이려 하고 있다.
트럼프는 최근 취임 이후 캐나다, 멕시코 같은 우방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상대로도 무역 조치를 강화하며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글로벌 무역 연구소(GTRI) 설립자 아제이 스리바스타바는 "트럼프가 캐나다와 멕시코를 상대로 강경하게 나온 만큼, 인도도 같은 조치를 당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의 무역 압박은 인도 정부에 직접적으로 전달됐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전화 통화를 나눈 자리에서, 트럼프는 인도가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고 무역 균형을 맞출 것을 요구했다. 그는 2017년 첫 임기 때부터 인도의 높은 관세를 문제 삼으며 불공정 무역 행태로 비판해 왔다.
실제로 인도는 미국과의 무역에서 큰 흑자를 기록 중이다. 양국 간 교역 규모는 2023년 1,900억 달러(약 275조 5,000억 원)에 달했으며, 이중 인도의 대미 수출은 1,230억 달러(약 178조 3,500억 원)로 2018년 대비 4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서비스 부문의 교역량도 22% 증가해 660억 달러(약 95조 7,000억 원)에 달했다. 반면 미국의 대인도 수출액은 700억 달러(약 101조 5,000억 원)에 그쳤다.
인도는 오토바이뿐만 아니라 미국이 강하게 요구했던 다른 품목의 관세도 인하했다. 위성 지상 설치 장비에 대한 관세를 철폐해 2023년 미국 업체들이 9,200만 달러(약 1,334억 원)어치를 수출하도록 했고, 인공 향료의 관세를 100%에서 20%로 줄였다. 또한 수산용 사료 첨가제에 대한 세율을 15%에서 5%로 인하하는 등 미국이 강점을 가진 산업군에서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
하지만 농산물 시장 접근성 문제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인도는 지난해 미국산 아몬드, 사과, 병아리콩, 렌틸콩, 호두 등에 대한 보복 관세를 철회했지만, 트럼프는 이에 만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인도는 국내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이에 대한 추가 양보를 쉽게 하지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인도가 트럼프의 관세 정책으로 또다시 타겟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비스와짓 다르 무역 전문가는 "트럼프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이 재평가되면서 미국과의 무역 불균형이 있는 국가들이 새로운 조치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인도의 지정학적 입지는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완화할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인도는 미국, 일본, 호주와 함께 '쿼드(Quad)' 협력체의 일원으로, 중국 견제를 위한 중요한 파트너다. 또한 불법 체류 인도인들의 강제 송환 문제에서도 미국과 협력적인 입장을 보여주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와 모디 총리의 개인적 관계도 무역 협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다. 일부 외신에 따르면 모디 총리는 이달 중으로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양국 간 무역 이슈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