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의 불공정 약관 적발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이 27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정위가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한 금융사 불공정 약관 조항은 2018년 76개에서 2019년 66개로 소폭 줄어든 뒤 2020년 104개, 2021년 115개, 지난해 148개 등으로 크게 늘었다.
지난해 적발내역을 금융업권별로 보면 은행이 76개로 가장 많았으며, 금융투자사(38개), 여신전문금융회사(29개), 상호저축은행(5개)이 뒤를 이었다.
은행법·자본시장법 등 관련 법에 따르면 각 금융사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에 관한 약관을 제정하거나 기존 약관을 변경하는 경우 금융위에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공정위는 금융위로부터 약관을 통보받아 약관법 위반 여부를 검토한 뒤 금융위에 시정을 요청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매년 1천건 이상의 약관을 심사한 뒤 금융위를 통해 금융사들이 불공정 약관 조항을 자진 시정하도록 조치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거듭된 지적에도 불구하고, 유사한 유형의 불공정 약관 조항이 계속 등장한다는 데 있다.
부당하게 소비자에 대한 금융사의 책임을 면책하는 조항, 투자신탁 기간을 자동으로 연장하는 조항, 별도의 통지 없이 채무에 대한 기한 이익을 상실시키는 조항, 고객에게 포괄적으로 비용을 부담시키는 조항, 일방적인 자동 납부 카드 변경 조항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사는 제·개정 약관이 투자자의 권리나 의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경우가 있는 경우 사전에, 그 밖의 경우에는 사후에 약관을 금융위에 신고한다.
약관을 사전 신고했다고 하더라도 실무적으로 심사가 끝나기 전 약관이 사용되기 시작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불공정 조항을 사후에야 바로잡게 된다는 의미다.
더욱이 금융분야는 전문용어가 많고 폭넓은 배경지식이 필요해 소비자들이 약관을 꼼꼼히 읽어도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금융 소비자의 권익보호를 위해 금융사들이 자체 약관 심사역량과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통신 분야 독과점 폐해를 지적한 뒤 금융사 불공정 약관에 대한 점검 계획 등을 담은 '금융·통신 분야 경쟁 촉진 방안'을 대통령에 보고한 바 있다.
김희곤 의원은 "금융투자에 관한 관심과 투자 규모가 날로 커지는 가운데 금융사의 불공정 약관 조항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도 늘고 있다"며 "공정위와 금융위 등 관계기관이 금융 소비자 보호를 위한 관리·감독 업무를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