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유민주당 디지털사회추진본부가 지난 10일 기시다 후미오 총리에 제언했던 인공지능(AI)·웹3 분야 세부 내용을 11일 공유했다.
이날 자민당 공식 홈페이지에는 AI 제언과 웹3 제언이 공개됐다. 각각 20장, 35장의 분량으로 구성됐다.
웹3 제언서는 백서를 구체화시킨 형태로 공개됐다.
백서는 지난해 루나-테라 사태 및 FTX 거래소 파산 사건 등으로 불어 닥친 '크립토 윈터'(가상자산 시장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코인 가격들이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한다)에 대해 "세계에서 잊혀져 가던 일본 웹3 환경의 강인성을 다시 한 번 조명하는 계기였다"며 자국이 과거 마운트곡스 사건과 코인체크 거래소 사건 등으로 규제 강화를 진행해온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실제로 당시 일본은 문제가 됐던 대부분의 코인을 국내 거래소에 상장시키지 않았기 때문에 패닉이 거의 없었다. 일본은 이미 거래소가 고객으로부터의 예치자산을 분리하는 것 역시 법적으로 의무화되어 있다. 알라메다 리서치와 FTX 거래소의 유착관계가 폭로되며 FTX 거래소가 파산하던 당시에야 국제적으로 논란이 됐던 부분에 대해 이미 준비가 되어 있던 셈이다.
AI 백서가 자국 평가에 인색했다면, 웹3 백서는 비교적 관대한 것으로 보인다. 백서는 "크립토 봄은 일본이 가장 먼저 맞이할 것"이라며 이미 일본이 수차례 고난을 겪었다는 점을 강조했다.가상자산 시장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의 본래 정체성에 해당하는 혁신성은 이제 큰 변화가 없다"며 오히려 이 특성을 살린 새로운 비즈니스나 프로젝트의 시작이 조용히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언급했다.
앞으로 시장에서 주목 받을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사회 전체의 인프라 비용을 절감시킬 비전이 있는 것들'이라고 설명하며 지난해 일본 내 웹3 정책은 이런 점들을 고려해 빠르게 진전돼 왔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런 흐름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국가가 적극적으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점, 기술중립적이고 책임감 있는 혁신을 위해 일본이 주도적인 입지를 선점해야 한다는 점을 꼽았다.
세제 개정에 대한 의견도 내비쳤다. 자민당은 백서를 통해 일본 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띄고 창업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토큰에 대한 투자를 용이하게 만들 환경 정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일본은 지금까지 법인 차원에서 이를 보유할 경우에는 과세 대상에서 뺄 수 없다고 선을 그어왔는데, 이것이 결과적으로 해외 투자자와 비교했을 때 일본 기업을 불리하게 만든다는 점을 백서를 통해 인정했다. 백서는 토큰을 투기 목적으로 보유한다고 가정하고 마련했던 지금까지의 법안을 웹3가 발전할 미래에도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점을 일부 인정하며 "같은 상황이더라도 해당 기업이 단기매매 목적으로 타사 토큰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면 과세 대상에서 제외하고 취득원가로 평가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자"고 제언했다.
추가적인 과세 규제 완화 등도 언급하며 "최선의 접근 방식을 탐구해 올해 안에 확실하게 실현하자"고도 덧붙였다.
일본은 개인 투자자에게도 높은 과세율을 유지해왔는데, 이 역시 납세자의 해외 유출을 고려해 완화 가능성을 내비쳤다.일본은 지금까지 가상자산으로 취득한 소득을 잡소득으로 분류하며 최대 55%까지 과세해왔다. 법인 차원의 토큰 보유 및 투자와 함께 개인 투자자 과세 관련 부문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상장 관련 절차도 좀 더 융통성 있게 심사를 진행하고, 심사에 참여하는 인력을 증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이번 백서는 웹3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결시켜 설명했다. 백서는 "일본의 웹3 비즈니스 발전을 위해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 국내에서 유통시킬 것"이라며 "관민이 긴밀히 연계하는 동시에 정부는 등록심사에 필요한 규제 등을 명확히 제시하고 제대로 된 심사 환경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를 조율할 수 있는 제3의 단체를 '자율규제단체'로 정의하며 조기에 설립해 필요한 규정을 제정해야한다고도 덧붙였다.
스테이블코인에 대해서는 자국 웹3 산업발전을 위해 엔화로 된 것을 발행해야한다고 밝혔다. 이 스테이블코인이 국내 금융기관이나 업계에서 적절한 이윤을 확보하고 지속적인 사업운영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하는만큼 철저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추가적으로 자민당은 대체불가토큰(NFT) 분야나 도박성 게임에 대해서는 규제 강화 입장을 고수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이것이 일본 콘텐츠에 다른 국가들이 '무임승차'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자유민주당은 "웹3 시대에 일본 콘텐츠 산업이 한층 더 발전하려면 우리의 강점인 콘텐츠나 데이터를 타국이 활용해 수익을 올리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관계부처와 국내 업계가 연계해 NFT 권리성을 명확히 정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콘텐츠 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금 등을 통해 해외시장 진출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도 분명히 했다. 이를 위한 관계자들 전용 상담창구를 설치하고, 관계부처 내 컨설턴트와 유사한 서비스를 준비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백서에 따르면 웹3 활용을 위해 은행, 보험회사 등 전통금융에 해당하는 기업들도 협업할 때도 규제 강화는 유지된다. 강화 이유로는 투명성이 꼽혔다.
백서에는 이밖에 월렛 등에 대한 내용들도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웹3는 일본이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분야인만큼 자신이 넘친다"며 "어떻게 기존 산업과 연결시켜 경제적 효과를 증폭시킬지를 고민하는 단계인만큼, 이와 관련해 일본은 이제 '문이 열릴 일'만 남았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