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잠재력이 예고되는 블록체인 분야를 선도하는 곳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과 유럽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일찌감치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코인(coin)’에 눈을 뜬 미국은 여전히 블록체인 보다는 코인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는 설명이다.
블록체인 분야 전문가인 리차드 카스텔레인(Richard Kastelein)은 최근 벤처 분야 전문 온라인 미디어인 벤처비트(VentureBeat)에 기고한 글에서 미국은 아직 ‘블록체인 스타트업 영역에서 침묵을 유지하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블록체인 혁신을 중국과 유럽이 선도하고 있다고 단언하는 그의 시각을 요약, 정리했다. <편집자 주>
블록체인의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는 마치 90년대 초, 우리가 인터넷의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블록체인 기술이 앞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는 듯하다.
기업과 스타트업에서부터 정부와 조직에 이르기까지, 분산되고 탈중앙화된 신뢰의 개념을 활용하려는 경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는 마찰을 줄이고, 기업과 거버넌스를 위한 더욱 정직하고 투명하며, 효율적인 프레임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미국이 블록체인 스타트업 영역에서는 활발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것은 혁신을 주도할 기업이 없어서라기 보다는 규제 문제와 더 관련이 있다. 실리콘밸리에서 블록체인 유행이 일어나지 않은 배경인 셈이다. 크라켄(Kraken)이나 코인베이스oinbase) 등 암호화폐 부문의 대표주자들은 있지만 블록체인 스타트업은 매우 적다. 다른 국가에서 탐색하고 있는 건강, 에너지, 보험, 공급망 등 다양한 버티컬(verticals) 영역을 개척하는 블록체인 스타트업 역시 많지 않다.
글로벌 블록체인 기업의 정보를 취합하는 한 자료에 따르면 글로벌 블록체인 회사의 1/4이 미국 회사이지만 이들 대부분은 암호화폐 혹은 비트코인에 집중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수만 화폐가 아닌 다른 영역에서 블록체인의 커다란 잠재력을 탐색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뉴욕은 미국 블록체인 커뮤니티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주로 금융 산업이 분산원장 기술과 직면하고 있는 진정한 의미의 위험을 어떻게 해결할 지를 알아보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컨센시스(Consensys)는 이더리움의 핵심 참여자로 뱅킹을 뛰어 넘는 블록체인을 추진하고 있다. 디지털에셋홀딩스(Digital Asset Holdings)는 세계 최대 기술 및 금융 회사로부터 7,000만 달러를 모금했다.
하지만 미국의 블록체인 생태계는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특히 미국 증권위원회는 새로운 자금조달 방법으로 부상하는 ICO(Initial Coin Offerings)라는 새로운 현상을 방관하는 것으로 혁신에 장애물을 방치하는 한편 스타트업들이 생존할 수 있는 규제 프레임워크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미국 블록체인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과 유럽은 블록체인 확산 움직임 거세
중국 상하이에 본사를 둔 블록체인 전문업체인 스카이레저(Skyledger)의 제인 장(Jane Zhang)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관대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미래를 선도할 차세대 기술이 무엇인지 인식할 정도로 스마트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예를 들어 중국에서 비트코인 거래소 일부는 은행 라이선스 없이도 대출을 할 수 있는 것은 중국이 그 무엇보다도 혁신을 보호하고 싶어하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것이다.
중국은 글로벌 블록체인 분야의 유명 인물들을 중국으로 유도하기 위해 블록체인에 특화된 공간을 설립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블록체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스카이레저의 경우 팀원들의 일부는 엘리트 글로벌 그룹의 블록체인 개발자로 구성되어 있다. 스카이레저 블록체인 플랫폼을 위해 일하려고 상하이로 옮겨 온 동유럽인이다. 스카이레저 플랫폼은 두바이 정부에 채택돼 세관과 이민을 위한 업무에 활용될 예정이다. 말 그대로 글로벌 사업이 중국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ICO 역시 현재 중국에서는 규제를 받고 있지 않다. 200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참여하고 더욱 많은 블록체인 스타트업이 토큰(token) 판매를 통해 혁신을 도모하고 자본을 늘리기 위해 활용하고 있다.
유럽은 많은 부분에서 블록체인 발전을 선도해 왔다. 유럽의 오픈소스 문화는 블록체인에 적합하다는 평가이다. 개인과 공공 독립체 모두 블록체인 프로젝트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다. 또한 현재 ICO의 대부분은 유럽의 스타트업에 의해 행해지고 있다. 특히 동유럽 출신에 의해 주도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의 블록체인 허브로는 런던, 암스테르담, 베를린, 스위스의 크립토밸리(Cryptovalley)가 대표격이다.
향후 몇년 동안은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의 사업 모델에 위협과 기회가 생성될 것이다. 문제는 누가 블록체인 기술과 함께 가장 빠르게 혁신할까에 있다.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ICO는 단기 및 중기적으로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ICO를 통해 생성되는 새로운 유동성을 동결하거나 풀어 주는 힘을 가진 규제 기관이 블록체인 혁신을 북돋을 연료를 제공할 환경을 마련할 것인지, 아니면 닫아 버릴 것인지, 그 열쇠를 쥐고 있다.
유지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