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규제 당국이 가상자산 산업 규제의 윤곽을 잡아가는 가운데, 한국 또한 입법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4일 개최된 '서울메타위크 2022'에서 캐슬린 킴 법무법인 리우 미국 변호사, 조원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대표변호사, 박신애 크로스앵글 리스크매니지먼트 본부장이 '국내 가상자산 규제의 쟁점'을 주제로 토론을 벌였다.
조원희 변호사는 국내 가상자산 관련 정책을 이끌어갈 컨트롤타워가 여전히 부재한 상태라고 짚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상자산 입법화에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현재 논의가 더딘 상황"이라며 "지금이라도 입법 주체를 명확히 하고 절차를 신속히 밟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렵연합은 '미카(MiCA)'를, 미국은 '책임있는 금융혁신법안'을 기반으로 가상자산 규제의 윤곽을 잡아가고 있다. 조 변호사는 "국제 주요 규제들이 거의 완성돼 입법화 과정을 거치고 있다"며 "한국의 입법화도 지체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조 변호사는 제도화 과정에서 업계와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조 변호사는 "증권의 범위를 두고 업계와 금융위, 검찰이 각기 다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며 "제도화 과정에서 증권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이 첫 번째 관문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자산 규제가 어려운 것은 필연적으로 금융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라며 "금융과 맞물려 있는 영역을 지혜롭게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신애 크로스앵글 리스크매니지먼트 본부장은 "가상자산 투자 환경이 가진 역동성을 고려할 때, 관련 법령 제정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며 "시장 안정화 전까진 업계가 투자자 보호와 프로젝트 검증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박 본부장은 투자자들이 온·오프체인 데이터를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거래소마다 별도로 공시를 진행하면 불필요한 자원 낭비가 발생하고, 사업자 역량에 따라 정보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본부장은 "최근 이슈가 제기되는 이해 상충 측면을 고려할 때, 공시서비스 의무는 제3의 독립적인 사업자에게 부여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덧붙였다.
업계가 제도를 견인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 변호사는 "정부는 기본적으로 규제 관점에서 가상자산을 대할 수밖에 없다"라며 "가상자산 규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산업계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고 정부와 소통할 기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부산시가 진행하고 있는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에 대한 의견도 제시됐다. 조 변호사는 "해외 거래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면서도 "국내 거래소는 규제에 묶여 해외시장 진출이 막힌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블록체인 기술의 성장세를 봤을 때, 해외시장을 겨냥한 계획을 다시 살펴봐야 한다"며 "부산의 디지털자산 거래소 설립이 그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