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은 디지털 유로가 없으면 유럽의 결제망과 토큰화 금융 플랫폼이 서로 호환되지 않는 체계로 나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디지털 유로는 은행을 대체하기보다 은행이 디지털 결제 시장에서 경쟁할 기반으로 제시됐다.
피에로 치폴로네(Piero Cipollone) ECB 집행이사는 6일 MNI 커넥트 웹캐스트 연설에서 “우리의 목표는 은행의 역할을 빼앗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유로가 은행에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를 제공하고 자체 결제 서비스의 도달 범위와 활용처를 넓힐 수 있다고 설명했다. ECB가 공개한 연설문은 디지털 유로를 현금과 민간 결제 수단을 보완하는 일상 결제용 중앙은행 화폐로 제시한다.
치폴로네 이사는 유럽 전역에서 일상 거래에 쓸 수 있는 범용 디지털 결제 수단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유럽의 민간 결제망은 국가와 결제 상황에 따라 나뉘어 있어 은행과 고객이 국제 카드망과 글로벌 기술기업에 의존하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그는 안전한 결제 자산 없이 토큰화 금융이 폐쇄적이고 서로 호환되지 않는 플랫폼에서 성장하면 금융망의 분절이 심해지고 화폐의 단일성이 약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토큰화는 금융자산을 디지털 토큰 형태로 발행하고 거래하는 방식이다.
ECB는 일상 결제에 쓰이는 디지털 유로와 토큰화 금융거래의 중앙은행 화폐 결제 인프라를 별도 과제로 다루고 있다. 두 구상은 각각 소매 결제와 금융거래를 대상으로 하지만, 공공 화폐를 디지털 금융 체계에 연결한다는 방향을 공유한다.
디지털 유로를 둘러싸고는 은행 예금이 디지털 유로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치폴로네 이사는 디지털 유로를 투자 상품이 아닌 결제 수단으로 설계하고 보유 한도를 두는 방안을 설명했다. 구체적인 한도와 운영 방식은 입법 과정에서 정해질 사안이다.
앞서 ECB는 디지털 유로 시범사업을 2027년 하반기부터 12개월간 진행하는 계획을 제시했다. 발행 여부는 관련 법률이 채택된 뒤 ECB가 결정할 예정이다.
입법 절차가 2026년 말까지 마무리되면 ECB는 2027년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2029년 첫 발행 준비를 목표로 한다. 일정은 법률 제정과 ECB의 별도 결정에 달려 있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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