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연계자산(RWA)을 토큰으로 발행해도 투자자가 기초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받는 권리는 발행기구가 발행한 상품의 계약 조건에 따라 정해지며, 상환은 기초자산에서 나온 현금을 발행기구가 회수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타이거리서치는 6일 한국 자산을 홍콩에서 토큰화하는 모델을 소개했다. 한국에서 자산을 확보하고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의 특수목적법인(SPV)이 이를 보유해 노트를 발행한 뒤, 홍콩의 인가 중개기관이 해외 전문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조다. 타이거리서치가 제시한 모델로, 홍콩의 모든 토큰화 상품에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다.
투자자가 법정화폐나 스테이블코인으로 청약하면 자금은 중개기관을 거쳐 SPV로 들어간다. SPV는 스테이블코인을 거래소에서 법정화폐로 바꿔 홍콩 법인과 국내 증권사를 통해 기초자산을 매입한다. 토큰 발행과 이전은 블록체인에서 이뤄지지만 자산 매입과 보관은 기존 금융망을 거친다.
핵심은 토큰 발행보다 SPV가 기초자산에서 나오는 돈을 받을 권리를 확보하는 데 있다. 국고채나 펀드 지분은 SPV가 직접 매입해 소유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수출채권이나 저작권료처럼 미래 현금흐름을 토큰화할 때는 수취 권리가 SPV로 이전되는지, 자산 보유자가 회수금을 SPV에 보내도록 계약에 명시했는지를 따져야 한다.
SPV가 해외 투자자에게 노트나 증권을 발행하면 투자자는 한국 자산 자체가 아니라 SPV 상품을 보유한다. 계약에 따라 SPV로부터 수익금과 만기 상환금을 받는 구조다. 해외에 법인을 세우는 것만으로 한국 자산의 현금흐름이 자동 이전되는 것은 아니므로, 현금을 회수해 SPV로 보내는 주체와 절차를 계약에 담아야 한다.
현금 유입 시점과 투자자 지급일도 맞춰야 한다. 기초자산의 정산보다 투자자 상환일이 빠르면 유동성 부족이나 지급 지연이 발생할 수 있다. 원화 자산을 달러 기반 상품으로 구성하면 환율 변동과 환전 비용이 수익에 영향을 줄 수 있고, 해외 송금과 세무 절차도 별도로 검토해야 한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토큰화 증권에도 기존 증권 규제가 적용된다고 안내한다. SFC는 2023년 11월 중개기관이 상품과 발행자, 토큰화 기술의 위험을 실사하고 관련 정보를 고객에게 명확히 공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2026년 4월에는 SFC 인가 투자상품의 토큰화와 유통 요건을 별도로 제시했다. 토큰화만으로 판매나 거래가 자동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홍콩에서 판매한 상품을 다른 지역에서 유통하려면 해당 지역의 규정도 확인해야 한다. 전문투자자 대상 사모상품은 토큰 이전 때 새 구매자의 자격을 확인하도록 설계할 수 있다. 이는 타이거리서치가 설명한 사모상품 구조로, 홍콩의 모든 토큰화 증권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조건은 아니다.
홍콩에서는 제도권 투자상품의 토큰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홍콩이 2026년 말까지 외환기금어음 토큰화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디지털 채권 발행·결제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본지가 앞서 보도했다. 이번 타이거리서치 모델은 홍콩의 제도적 기반을 활용해 한국 자산을 해외 투자자에게 연결하는 방안을 다룬다.
타이거리서치는 첫 발행에서 마련한 자산 검토와 계약, 판매 절차를 후속 발행에 재사용할 수 있는지가 사업의 관건이라고 봤다. 같은 심사 기준을 다음 자산에 적용하면 절차를 반복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기준이 같다고 개별 자산의 위험까지 같아지는 것은 아니다. 모델이 작동하려면 현금 회수 권리와 지급 일정, 지속적인 자산 공급이 뒷받침돼야 한다.
SPV는 특정 자산을 보유하거나 금융상품을 발행하기 위해 세우는 특수목적법인이다. RWA는 채권·펀드 지분·매출채권처럼 현실의 자산이나 현금흐름을 토큰과 연결하는 개념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등 특정 자산의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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