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큐리타이즈가 40억달러(약 5조4400억원) 이상 규모로 성장한 토큰화 증권 사업이 미국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인 클래리티 법안의 처리 여부와 별개로 운영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레이엄 퍼거슨(Graham Ferguson) 시큐리타이즈 생태계 총괄은 팟캐스트 ‘The Starting Block’ 출연에서 토큰화 증권이 새 법률의 통과를 전제로만 작동하는 구조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크립토브리핑은 이 발언을 16일 전했다.
퍼거슨 총괄이 강조한 핵심은 토큰 자체보다 증권의 발행·보관·결제·거래 절차다. 해당 과정이 기존 증권 규제에 맞춰 설계됐다면 디지털자산 시장구조 법안의 처리 여부가 사업 존립을 좌우하는 유일한 조건은 아니라는 취지다.
시큐리타이즈는 2025년 10월 블랙록, 아폴로, 해밀턴 레인, KKR, 반에크 등과 협업해 40억달러 이상 규모의 자산을 토큰화했다고 밝혔다. 회사가 제시한 규모는 토큰화 증권 사업의 누적 처리·관리 자산을 설명하는 수치다.
이 가운데 블랙록의 미국달러 기관 디지털 유동성 펀드(BUIDL)는 2024년 3월 이더리움에서 출시됐다. 적격 투자자는 시큐리타이즈 마켓을 통해 해당 펀드에 가입할 수 있다.
시큐리타이즈의 운영 구조는 2023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의견서에도 담겼다. 회사는 자회사 시큐리타이즈 트랜스퍼가 등록 이전대행기관이며, 시큐리타이즈 마켓은 등록 브로커딜러이자 규제 대상 디지털자산 증권을 거래하는 대체거래시스템(ATS)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SEC 제출 문서에는 시큐리타이즈 마켓이 블록체인을 거래 기록과 소유권 장부 관리에 활용한다고 적혔다. 시큐리타이즈가 증권 규제 체계 안에서 토큰화 인프라를 구축해 왔다는 점이 문서에 나타난다.
ATS는 증권 매수·매도 주문을 연결하는 거래 시스템이다. 시큐리타이즈는 고객 확인과 자금세탁방지 절차를 거친 지갑 사이에서만 거래가 이뤄지도록 스마트계약과 이전 제한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ATS 운영과 관련해 브로커딜러 등록 및 보고 의무가 적용된다. 이에 따라 토큰화 증권 사업은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성립하는 것이 아니라 발행자, 이전대행기관, 브로커딜러, 거래 시스템의 역할이 규제 체계 안에서 구분돼야 한다.
SEC는 2026년 1월 토큰화 증권을 증권의 소유권 기록을 블록체인 등 암호화 네트워크에 일부 또는 전부 기록한 금융상품으로 설명했다. SEC는 토큰화 여부만으로 기존 증권법 적용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발행·등록·이전 구조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클래리티 법안(CLARITY Act)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가상자산 관할 문제를 다루는 시장구조 법안이다. 법안의 통과 가능성과 본회의 표결 일정이 별도 변수로 남아 있다는 점은 토큰화 증권 사업자의 등록·운영 요건과 구분해 봐야 한다.
토큰화 증권의 법적 성격과 이용자가 보유하는 권리는 관할권별 증권 규제, 기초자산 보관 방식, 상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블록체인 기반 상품이라도 기초자산에 대한 법적 권리나 배당·의결권이 동일하다고 볼 수 없는 이유다.
따라서 시큐리타이즈의 이번 설명은 클래리티 법안이 토큰화 증권 산업에 미칠 영향이 없다는 뜻이라기보다, 이미 등록·규제 요건에 맞춰 운영되는 사업 모델과 법안의 시장구조 규정을 분리해 봐야 한다는 주장에 가깝다.
시큐리타이즈는 발행·이전·거래 인프라를 현행 증권 규제에 맞춰 운영한다는 입장이다. 클래리티 법안의 최종 입법 경과와 법안이 개별 사업자의 등록·운영 요건에 미칠 영향은 법안 처리 과정에서 확인될 사안이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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