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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동결자산 2100억유로, EU 원금 활용 재논의

중립
김민준 기자
벨기에 금융기관의 봉인된 자산 보관함 / TokenPost.ai
벨기에 금융기관의 봉인된 자산 보관함 / TokenPost.ai

유럽연합(EU)이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약 2100억유로(약 285조6000억원)를 우크라이나 재건과 유럽 방위에 활용하는 방안을 다시 논의하고 있다. 다만 자산 원금을 실제로 이전하기로 한 최종 결정이나 집행 일정은 나오지 않았다.

라도스와프 시코르스키(Radosław Sikorski) 폴란드 외무장관은 9월 11일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은 모스크바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재건이나 유럽 방위에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과 함께 EU 회원국 4곳과 유럽의회 의원 120명 이상이 관련 논의를 되살렸다고 키이우 포스트는 전했다.

현재 EU가 활용하는 것은 자산 원금이 아니라 동결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이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8월 5일 동결된 러시아 자산에서 14억유로(약 1조9040억원)의 수익을 확보해 우크라이나 지원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동결과 몰수는 법적 성격이 다르다. 동결은 자산의 거래와 이전을 제한하는 조치지만, 몰수는 법적 절차를 거쳐 소유권을 다른 주체로 넘기는 절차다.

EU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을 계속 동결한 채 수익을 지원에 활용해 왔다. EU가 동결 자산 수익 14억유로를 우크라이나 지원에 배정한 조치가 이 같은 활용 방식의 대표적인 사례다.

EU는 2026~2027년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해 900억유로(약 122조4000억원)를 자본시장에서 조달하는 대출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이사회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로부터 배상금을 받을 때까지 대출을 상환하지 않는 구조를 제시했다.

EU는 러시아 자산을 대출 상환에 활용할 권리를 유보했지만, 관련 기술적·법적 절차는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 이는 자산 원금을 당장 우크라이나로 이전하는 방식과는 다르다.

벨기에에 집중된 러시아 동결자산을 우크라이나 지원 대출에 활용하는 방안은 유로클리어에 대한 법적·재정적 위험 분담 문제와 맞물려 논의돼 왔다. 관련 자산 대부분이 벨기에에 보관돼 있어 회원국 간 책임 배분이 쟁점으로 남아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대부분이 보관된 벨기에 국제예탁결제기관 유로클리어(Euroclear)는 러시아 법원이 자산 반환을 명령한 사건을 인정하지 않으며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유로클리어는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이 EU 제재에 따라 계속 동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유로클리어는 2026년 3월 말 기준 대차대조표에 반영된 러시아 제재 관련 자산이 2000억유로에 달한다고 밝혔다. 러시아 측 소송과 보복 조치가 유럽 금융기관으로 확대될 경우 자산 활용 주체가 법적·재무적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동결 자산 활용이 유로화의 준비통화 지위와 유럽 금융시장에 미칠 장기적 영향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ECB는 동결 자산의 수익 활용과 원금 몰수가 금융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같지 않다고 봤다.

자산 원금을 활용하려면 EU법과 국제법 해석뿐 아니라 러시아 중앙은행의 국가면제 문제도 검토해야 한다. 수익을 지원에 사용하는 현재 방식과 원금 소유권을 이전하는 방식은 금융기관과 회원국이 부담하는 위험의 범위가 다르다.

이번 논의에서 러시아는 자산 반환과 관련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으며, 유럽 금융기관은 보복 조치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한다. 반면 우크라이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EU 회원국과 유럽의회 일부의 요구도 이어지고 있다.

EU 내부 논의의 초점은 러시아 자산을 계속 동결하는 데서 수익과 원금을 어떤 범위까지 활용할지로 옮겨가고 있다. 현재 공식적으로 확인된 조치는 동결 자산 수익 활용과 EU 차입을 통한 지원이며, 러시아 중앙은행 자산 원금의 우크라이나 이전은 결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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