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원유 수출이 9월 하루 1280만배럴로 회복됐지만 호르무즈 해협의 선박 통항은 전쟁 이전 수준을 크게 밑돌고 있다. 공급량은 늘었지만 주요 수송 경로의 불안은 이어지고 있다.
Kpler 예비 자료에서 사우디아라비아가 회복세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의 9월 원유 수출은 하루 540만배럴, 라스 타누라항 선적량은 하루 360만배럴로 집계됐다. 라스 타누라항 물량은 2025년 일평균 수준과 비슷하다.
Kpler는 동서 석유 파이프라인 가동 차질 이후 사우디가 일부 원유 물량을 동쪽 항구로 돌리면서 원유 흐름이 바뀐 것으로 분석했다. 걸프만에서 선적한 원유는 오만해 인근에서 선박 간 환적 방식으로 운송되고 있다.
동서 석유 파이프라인은 사우디 동부 유전과 홍해 연안 얀부 수출터미널을 잇는 시설이다. 파이프라인을 이용하면 호르무즈 해협을 거치지 않고 원유를 운송할 수 있지만, 완전한 복구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Kpler는 파이프라인 차질이 원유 흐름뿐 아니라 해상 운임과 가스 시장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파이프라인과 항구, 선박 운항 경로가 동시에 바뀌면서 수출량과 실제 운송 안정성이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상황이다.
맷 스미스(Matt Smith) Kpler 상품 리서치 디렉터는 수출 증가가 파이프라인 가동 차질에 따른 경로 변경의 결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동시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량 증가에 대한 신뢰가 커졌다는 신호일 가능성도 제시했다.
앞서 사우디 원유 수출이 9월 잠정치 기준으로 회복됐다는 본지 보도에서도 월간 잠정 수치만으로 공급망 정상화를 단정하기 어렵다는 점이 지적됐다. 이번 Kpler 자료 역시 전체 수출량과 항구별 선적량, 실제 운항 경로를 나눠 볼 필요성을 보여준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흐름은 회복세에도 전쟁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 Kpler 자료에서 지난 수요일까지 7일 평균 원유 수송량은 하루 1320만배럴로, 전쟁 전 평균 약 1700만배럴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중동 주요 산유국 전체 수출량도 하루 1320만배럴까지 늘었지만, 9월 월간 예비 집계인 하루 1280만배럴과는 기준 기간이 다르다. 1280만배럴은 한 달 단위의 예비 집계이고 1320만배럴은 특정 시점까지의 7일 평균이어서 두 수치를 같은 기간의 물량으로 비교할 수 없다.
선박 통항 지표는 공급 회복이 아직 취약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Kpler는 9월 초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원자재 운반선이 10일 평균 기준 하루 10척까지 줄었다고 집계했으며, 이는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선박자동식별장치(AIS)를 끈 이른바 '다크' 운항이 일부 포함됐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AIS가 꺼진 선박의 실제 규모와 운송량은 확인되지 않아 공개된 선박 수만으로 중동 원유 공급이 정상화됐다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 산유국의 원유가 국제시장으로 이동하는 주요 해상 통로다. 본지는 앞서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과 재개방 가능성을 다룬 기사에서 해협 운항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원유와 해운 시장의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자료는 중동 원유 수출이 전쟁 이전 수준으로 완전히 돌아갔다는 의미보다, 산유국들이 파이프라인과 해상 운송 경로를 조정하며 일부 물량을 회복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수출량과 통항량의 차이가 계속되는 만큼 공급 안정성은 전체 수출량만으로 판단하기 어렵다.
향후 중동 원유 공급의 정상화 여부를 확인하려면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통항량과 사우디 동서 석유 파이프라인의 복구 상태, 항구별 선적 흐름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김미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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