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끝나면 유가가 급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렌트유는 22일 배럴당 98.46달러로 내렸지만 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소셜미디어에 “이란과의 군사 충돌이 끝나는 즉시 유가는 바위처럼 떨어질 것”이라고 썼다. 분쟁 종료 시점이나 유가 하락 폭은 제시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의 원문 게시물에도 구체적인 일정은 담기지 않았다.
브렌트유는 22일 전날보다 1.9% 하락한 98.46달러를 기록했다. AP통신은 브렌트유가 지난주 약 110달러까지 올랐으며, 이란 분쟁 이전 약 72달러와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유가 하락이 분쟁 종식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선박 통항과 중동산 원유 수출이 정상화돼야 공급 차질이 완화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은 중동산 원유가 국제시장으로 이동하는 주요 해상 통로다. 이곳의 통항이 제한되면 원유 생산량이 그대로여도 실제 시장에 공급되는 물량이 줄어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질 수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9월 단기 에너지 전망에서 8월 브렌트유 현물 가격이 평균 91달러로 7월보다 배럴당 7달러 올랐다고 밝혔다. 중동산 원유 수출 제한과 이란산 원유 수출 제약, 호르무즈 해협 주변 공격이 공급 감소 요인으로 제시됐다. EIA 9월 단기 에너지 전망
EIA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이 점진적으로 늘고 대체 수출 경로가 활용되면서 중동 원유 생산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이 전망은 분쟁 직후 유가가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처럼 급락한다는 의미와는 다르다.
제재와 수송 보험료도 가격 흐름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정유시설 가동률과 산유국의 증산 여부에 따라 분쟁이 끝난 뒤에도 공급 회복 속도와 유가 하락 폭은 달라질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는 시점과 관련한 설명이 엇갈린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유가와 휘발유 가격이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야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분쟁이 11월 3일 중간선거 직후 끝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JD 밴스(JD Vance) 미국 부통령은 전쟁 종료 시점에 대해 “인위적인 일정을 정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브렌트유 하락은 금융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AP통신은 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95%로 소폭 낮아졌고, S&P500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했다고 전했다.
다만 유가와 금리는 이란 분쟁 관련 소식에 따라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유가 하락이 이어질지는 실제 수송 재개와 공급 회복이 확인되는지에 달려 있다.
예측시장에서는 단기 유가 급등 가능성이 낮게 반영됐다. 폴리마켓은 22일 기준 9월 30일까지 원유가 새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확률을 0%, 12월 31일까지 기록할 확률을 11%로 표시했다. 폴리마켓 원유 예측시장
이 수치는 실물시장 전망이 아니라 거래 참가자들의 가격을 확률로 환산한 값이다. 따라서 실제 원유 공급이나 호르무즈 해협 통항 상황을 직접 보여주는 지표와는 구분해야 한다.
가상자산 시장과의 연결고리도 공급 충격의 지속 여부에 달렸다. 유가 상승이 금리 인상 우려와 위험자산 매도로 이어질 경우 비트코인(BTC) 등 가상자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과거 이란 충돌 국면에서 제기됐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분쟁 종식 뒤 유가 하락 가능성을 언급한 보도와 마찬가지로 이번 발언도 시장 기대를 키웠다. 그러나 22일 기준 이번 발언이 비트코인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줬다는 수치 자료는 없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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