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통과량이 8월 하루 760만 배럴로 집계된 가운데 전쟁 이후 글로벌 관측 원유 재고가 5억700만 배럴 감소했다. 비축유 방출과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가 공급 차질을 일부 흡수했지만, 시장의 완충 여력은 줄어들고 있다.
사울 카보닉(Saul Kavonic) MST Marquee 선임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22일 CNBC 인터뷰에서 “원유시장이 신용카드로 버티고 있다. 재고를 영원히 인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비축유와 재고를 활용해 공급 손실을 메웠지만 이 방식이 계속될 수 없다는 의미다.
호르무즈 해협의 실제 원유 흐름을 둘러싼 수치는 집계 범위에 따라 엇갈린다. 카보닉은 해협을 통한 흐름이 전쟁 전의 약 3분의 1 수준이며 페르시아만에서 빠져나오는 원유가 하루 500만~700만 배럴이라고 추정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6년 8월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을 하루 760만 배럴로 집계했다. 전쟁 전보다 하루 1310만 배럴 적은 규모다.
반면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들은 호르무즈 해협과 우회 경로를 통한 걸프 지역 원유 수출이 전쟁 전의 약 3분의 2 수준인 하루 1500만~1600만 배럴까지 회복됐다고 추정했다. 해협 통과량과 우회 수출을 포함한 전체 물량은 집계 범위가 달라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기 어렵다.
공급 차질을 줄인 첫 번째 요인은 비축유 방출이었다. IEA는 회원국들이 3월 11일 공동 대응을 발표한 뒤 3억 배럴 이상의 비축유를 방출했다고 밝혔다.
우회 수출도 한때 늘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얀부항과 아랍에미리트의 푸자이라항을 통한 수출은 2월 하루 410만 배럴에서 6월 780만 배럴까지 증가했다.
하지만 우회 경로 역시 안정적이지 않았다. IEA는 우회 수출량이 8월 하루 550만 배럴로 줄었다고 집계했으며, 홍해 지역 공격과 동서 파이프라인 차질이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중국의 원유 수입 감소도 공급 부족을 흡수한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중국의 2분기 원유 수입량이 하루 810만 배럴로 전 분기보다 32% 줄었고, 5월과 6월에는 하루 800만 배럴을 밑돌았다고 밝혔다.
IEA는 중국의 해상 원유 수입량이 2월 하루 1150만 배럴에서 6월 600만 배럴까지 감소했다고 집계했다. 수입 감소가 실제 소비 감소 때문인지 비축유 사용 때문인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재고 여력도 빠르게 줄었다. IEA는 8월 한 달 동안 글로벌 관측 원유 재고가 9500만 배럴 감소했다고 밝혔으며, 미국 전략비축유는 9월 11일 기준 2억8495만7000배럴로 집계됐다.
IEA는 2026년 9월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원유 수요가 전년보다 하루 25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감소가 공급 차질을 일부 상쇄했지만 재고 감소가 계속되면 시장의 완충 능력은 약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유시장에서 호르무즈 해협 통과량과 우회 수출량을 따로 보는 이유는 운송 경로마다 집계 대상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협을 실제 통과한 물량만 계산하는지, 우회 파이프라인과 석유제품까지 포함하는지에 따라 전쟁 전 대비 회복률이 달라진다.
호르무즈 해협의 원유 흐름을 두고 통과량과 우회 수출량의 집계 기준이 다르다는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이번 자료에서도 카보닉과 IEA, 골드만삭스의 수치가 서로 다른 것은 기준 시점과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현재 시장의 핵심 변수는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 여부와 추가 비축유 방출 여력이다. 비축유와 수요 감소가 공급 충격을 지연시켜 왔지만, 재고 감소가 이어지는 동안 완충 장치가 약해지는 흐름은 계속 확인해야 한다.

정민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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