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5월 인터뷰에서 유로존 국채시장에 채권 매입 수단인 TPI를 가동할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해당 발언은 9월 정책결정이 아니라 5월 인터뷰에서 나온 것으로, 9월 ECB의 금리 결정과는 별개다.
이사벨 슈나벨(Isabel Schnabel) ECB 집행이사회 위원은 5월 21일 인터뷰에서 “TPI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슈나벨은 유로존 국채시장에서 우려할 만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ECB는 해당 인터뷰를 26일 공개했으며, 공식 기록에도 발언자는 올리 렌이 아닌 슈나벨로 기재돼 있다.
TPI는 특정 국가의 펀더멘털로 정당화되지 않는 금융 여건 악화와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이 통화정책 전달을 심각하게 훼손할 때 유로시스템이 유통시장에서 국채 등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ECB는 2022년 TPI를 도입하면서 통화정책이 유로존 각국에 원활하게 전달되도록 하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매입 대상은 잔존 만기 1~10년의 공공부문 채권이 중심이다.
TPI는 자동으로 발동되지 않는다. ECB는 시장·통화정책 전달 지표와 대상 국가의 자격 요건, 물가안정 목표와의 비례성을 종합해 발동 여부를 결정한다.
주요 자격 요건에는 유럽연합(EU) 재정준칙 준수, 심각한 거시경제 불균형의 부재, 재정 지속가능성 등이 포함된다. 따라서 국채금리 상승이나 시장 변동성만으로 TPI가 곧바로 가동되는 구조는 아니다.
ECB는 TPI를 사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9월 10일 통화정책 결정문에서도 TPI를 유로존 전역의 통화정책 전달을 위협하는 ‘정당화되지 않은 무질서한 시장 움직임’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언급했다.
TPI의 실제 발동 여부는 시장 상황과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된다. 발동 요건에는 시장 움직임뿐 아니라 대상 국가의 재정·거시경제 여건과 물가안정 목표와의 비례성도 함께 고려된다.
ECB는 9월 10일 회의에서 세 가지 정책금리를 각각 25bp 인상했다. 예금금리는 2.50%, 주요 재융자금리는 2.65%, 한계대출금리는 2.90%로 조정됐다.
이 금리는 9월 16일부터 적용됐다. ECB 직원들은 유로존 물가상승률을 2026년 3.0%, 2027년 2.5%, 2028년 2.1%로 전망했다.
ECB는 9월 정책결정문에서 중동 지역 분쟁과 에너지 가격을 물가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금리정책과 시장 안정 수단의 운용은 향후 물가와 금융시장 데이터에 따라 회의별로 판단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5월 슈나벨의 발언은 금리 인상과 국채시장 개입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신호라기보다, 당시 ECB가 통화정책 전달이 심각하게 훼손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이는 9월 정책결정 이전의 발언인 만큼 이후 시장 상황까지 설명하는 판단으로 확대할 수는 없다.
ECB의 물가 전망은 금리 경로와 함께 유로존 금융시장과 위험자산 시장의 주요 거시 변수로 작용한다.
TPI가 유지된다는 점은 ECB가 시장 불안에 대응할 정책 수단을 폐기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반면 발동에는 시장 불안과 대상 국가의 재정·거시경제 요건을 함께 충족해야 한다.
이번 발언과 관련해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구체적인 가격 반응은 확인되지 않았다. ECB의 다음 판단은 국채금리 격차와 통화정책 전달 여건, 물가·성장 지표를 바탕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통화정책 결정과 시장 전달 경로를 함께 봐야 하는 영역이다. ECB는 9월 정책결정문에서 물가와 금융시장 여건을 향후 정책 판단의 변수로 제시했다.

김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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