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에미리트(UAE)와 싱가포르가 스테이블코인의 국경간 결제와 기업 자금관리 활용을 시험하는 주요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 두 나라에서는 스테이블코인과 토큰화 예금이 기존 금융 인프라와 연결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더 내셔널(The National)은 25일 UAE와 싱가포르가 스테이블코인 기반 국경간 결제와 기업 재무관리의 시험장이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스테이블코인이 가상자산 거래를 넘어 기업 간 결제와 정산, 재무관리 영역으로 사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는 내용이다.
싱가포르에서는 싱가포르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 XSGD가 국경간 결제와 온체인 정산에 활용되고 있다. XSGD를 발행한 스트레이츠X(StraitsX)는 XSGD가 싱가포르달러를 기반으로 한 결제 수단이며, 기업의 지역 간 자금 이동과 외환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XSGD는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해 가격 변동을 줄인 디지털 자산이다. 기업이 블록체인에서 자금을 이동할 때 결제 자산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지급 과정에서는 기존 금융기관과 환전·출금 절차가 함께 작동한다.
은행권에서는 토큰화 예금 활용도 진행되고 있다. DBS는 앤트 인터내셔널의 다중통화 재무관리와 유동성 관리에 토큰화 예금을 활용했다.
DBS·OCBC·UOB는 9월 10일 스위프트의 블록체인 기반 원장에서 토큰화 예금을 이용한 싱가포르달러 거래를 완료했다. OCBC는 해당 거래가 은행 간 디지털머니의 상호운용성을 시험하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토큰화 예금은 은행 예금을 블록체인에서 이전할 수 있는 형태로 구현한 것이다. 스테이블코인이 민간 발행 디지털 자산이라면 토큰화 예금은 은행 예금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구조가 다르다.
UAE에서는 디르함 연동 스테이블코인 DDSC가 기관 거래와 기업용 금융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UAE 중앙은행은 지난 2월 DDSC 출시를 승인했다.
DDSC는 결제와 수금, 고액 정산, 기업 재무관리, 무역·공급망 거래를 지원하도록 설계됐다. 싱가포르의 XSGD가 지역 간 결제와 온체인 정산에 활용되는 것처럼 UAE에서는 기업 금융과 기관 거래를 중심으로 사용처를 넓히는 방식이다.
디지털 디르함을 활용한 국경간 결제도 별도로 진행됐다. UAE는 중국과의 거래에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이용한 결제를 수행했다.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는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디지털 형태의 법정화폐다. 스테이블코인과는 발행 주체와 법적 구조가 다르지만, 금융 시스템 사이의 자금 이동을 단순화한다는 목표는 공유한다.
스테이블코인이 은행을 대체하기보다 은행과 함께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도 나왔다. 니신트 상가비(Nischint Sanghavi) 비자(Visa) 아시아태평양 디지털통화 책임자는 “서로 다른 형태의 화폐와 인프라 사이 상호운용성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전략”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상가비의 발언은 스테이블코인 결제망이 은행의 역할을 없애기보다 기존 금융기관과 연결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은 외환, 유동성, 수탁, 현지 통화 환전과 지급을 담당할 수 있다.
SB 세커(SB Seker) 바이낸스 아시아태평양 책임자는 아시아태평양 디지털자산 시장이 전년 대비 약 69~70% 성장했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률이 높거나 해외 송금 비용이 비싸고 은행 접근성이 낮은 지역에서 스테이블코인 활용이 빠르게 늘고 있으며, 상인들의 결제 수단 수용도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업 재무관리도 주요 활용처로 꼽힌다. 다국적 기업이 계열사 사이에서 자금을 이동할 때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하면 기존 환거래은행망에 대한 의존도를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블록체인에서 토큰이 빠르게 이동하더라도 실제 지급까지는 자금세탁방지 심사, 외환 환전, 현지 출금 절차가 남는다. 기업 결제망으로 확산하려면 각국의 준법 기준과 유동성, 현지 지급망을 함께 연결해야 한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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