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소비자의 스테이블코인 사용 의향이 은행 수준의 사기 보호와 예금보험을 가정했을 때 36%에서 56%로 높아졌다. 다만 이 수치는 실제 이용률이 아니라 특정 보호장치를 전제로 한 설문 응답이다.
비자는 23일 공개한 ‘Money Travels 2026’에서 이 같은 조사 결과를 밝혔다. 모닝컨설트는 2026년 2월 24일부터 3월 2일까지 미국 성인 2192명을 포함해 전 세계 20개 시장의 4만5445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보호장치가 없는 기본 조건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미국 응답자는 36%였다. 기존 금융기관을 통해 서비스가 제공된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45%로 높아졌고, 은행 수준의 사기 보호와 예금보험을 가정하면 56%까지 상승했다.
비자는 조사에서 제시한 은행과 동등한 보호가 가상의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스테이블코인이 현재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예금보험과 같은 보호를 자동으로 받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따라서 56%는 미국 소비자의 현재 스테이블코인 채택률이나 실제 거래 비율로 볼 수 없다. 조사 응답자들은 스테이블코인 등 주요 용어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각 조건에 대한 사용 의향을 답했다.
소비자가 중요하게 본 요소는 결제 속도나 기술 자체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체에 가까웠다. 미국 응답자의 64%는 결제수단의 기술보다 제공업체에 대한 신뢰가 더 중요하다고 답했다.
디지털 통화 서비스를 제공할 주체로는 전통 상업은행과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가 각각 61%와 60%의 신뢰를 얻었다. 기존 금융기관이나 결제망에 대한 신뢰가 새로운 결제수단의 수용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다.
인지도는 높지 않았다. 미국 응답자의 56%는 스테이블코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고, 스테이블코인을 알고 있는 응답자 가운데 일부는 이를 비트코인(BTC)처럼 가격이 크게 변동하는 자산으로 잘못 이해했다.
스테이블코인은 달러 등 법정화폐나 특정 자산 가치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디지털 자산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이 같은 자산의 구조보다 손실이 발생했을 때 누가 보호하고 보상하는지가 사용 의향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조건으로 제시됐다.
송금 분야의 보안 우려도 확인됐다. 미국 응답자의 36%는 국제 송금과 관련한 사기를 경험했다고 답했고, 44%는 가족을 사칭하는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사기를 우려했다.
사기 보호가 강화된다면 송금이 24시간 늦어져도 받아들일 수 있다고 답한 비율은 45%였다. 속도보다 거래 안전성을 우선할 수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 가까웠다.
비라 플라토노바(Vira Platonova) 비자 다이렉트 글로벌 총괄은 “송금은 교육과 생필품, 고향에 대한 투자를 뒷받침하는 생명선”이라며 “이번 조사에서 중요한 요소는 신뢰이며, 앞으로 업계의 성패는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는 제공업체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스테이블코인의 전송 속도와 비용만으로는 소비자 확대를 설명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전 세계 조사에서도 새로운 송금 방식에 대한 신뢰는 기술보다 제공 주체에 더 크게 좌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은행 수준의 사기 보호와 예금보험을 가정했을 때 스테이블코인 사용 의향이 74%로 높아졌다.
라틴아메리카의 74% 역시 실제 이용률이나 서비스 가입률이 아닌 가상 조건에 대한 설문 응답이다. 지역별 금융환경과 소비자 보호 체계가 달라 이 수치를 미국 응답과 직접 비교해 해석하기도 어렵다.
이번 조사는 앞서 본지가 전한 미국 소비자의 스테이블코인 이용 의향 조사와 같은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사용 의향을 높이는 조건으로 신뢰와 피해 보상 체계를 추가로 보여줬다. 실제 이용 확대 여부는 이번 조사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서도윤 기자
댓글1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