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을 보유한 상장사에서 주주들의 자산 매각과 경영진 교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일부 기업은 부채 상환과 자사주 매입, 사업 전환을 위해 보유 가상자산 처분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상장사 엠퍼리 디지털($EMPD)의 주주 타이스 브라운(Tice Brown) 엠퍼리 디지털 주주는 2월 23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서한에서 회사 지분 9.8%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라운은 라이언 레인 CEO와 이사회 전원의 사임, 회사가 보유한 비트코인 전량 매각, 매각대금의 주주 환원을 요구했다.
엠퍼리 디지털은 2025년 12월 31일 기준 비트코인 4081개를 보유했다. 이 가운데 2630개는 차입금 담보로 제한돼 있어 보유량 전부를 즉시 매각할 수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회사의 연차보고서는 담보로 제공되지 않은 비트코인에는 매각 제한이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입금과 담보 조건에 따라 실제 처분 가능 물량은 달라질 수 있으며, 비트코인 가격 하락은 차입금 상환과 유동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적었다.
영국 상장사 사쓰마 테크놀로지(SATS)에서도 주주 압박이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판테라 캐피털을 포함한 일부 투자자들이 회사에 남은 비트코인을 매각하고 자본을 주주에게 돌려줄 것을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사쓰마는 일부 주주로부터 자본 환원 요청을 받았다고 확인했지만, 요청 주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후 7월 20일 주주총회에서 자본 대부분을 돌려주고 런던증권거래소 상장을 폐지하는 안건이 통과됐다.
자본 환원안 찬성률은 90.63%, 상장 폐지안 찬성률은 90.59%였다. 회사 이사회는 비트코인 매각과 거래 활동 종료를 준비하기로 했다.
기업이 보유 가상자산을 매각해 주주환원에 활용하는 사례도 나왔다. GD 컬처 그룹($GDC)은 2월 25일 이사회가 보유 중인 비트코인 7500개의 매각·교환을 승인했으며, 매각대금은 자사주 매입과 관련 비용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D 컬처 그룹은 특정 규모의 매각을 완료할 의무는 없다고 덧붙였다. 매각은 여러 차례 진행될 수 있고 회사가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도 있다.
이더리움을 재무자산으로 보유한 FG 넥서스($FGNX)도 7월 디지털자산 사업에서 철수하고 부동산 사업부를 신설할 계획을 발표했다. 회사 이사회는 디지털자산 노출을 줄이고 부동산 인수에 자본을 재배분하도록 경영진에 권한을 부여했다.
FG 넥서스가 보유한 이더리움을 어떤 방식과 일정으로 처분할지는 발표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자산 매각과 사업 전환이 동시에 추진될 경우 실제 주주환원 규모는 처분 조건과 이사회 결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들 사례에서 주주들은 가상자산 가격 상승을 전제로 한 추가 증자보다 자산 매각과 자사주 매입을 통한 자본 환원을 요구했다. 주가가 회사가 보유한 가상자산 가치보다 낮게 거래될 때 기존 주주가 기업의 자본배분과 지분 희석 문제를 제기하는 구조다.
기업별 순자산가치와 주가의 비교 기준은 평가 시점과 부채 포함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차입금 규모와 담보 설정 여부, 추가 증자 가능성에 따라 실제 매각 가능 자산과 주주환원 규모도 달라질 수 있다.
현재 확인된 사례에서는 주주 요구가 서한에 그친 경우와 실제 자산 매각·상장 폐지 절차로 이어진 경우가 함께 나타났다. GD 컬처 그룹은 매각 계획을 수정하거나 중단할 수 있고, FG 넥서스는 이더리움 처분 방식과 일정을 별도로 제시하지 않은 상태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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