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3만 5000달러 선까지 하락하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암호화폐 현물과 파생상품의 거래량부터 탈중앙화금융(DeFi, 디파이) 예치금까지 모두 급감했다.
2022년 1월 23일(현지시간) 비트코인닷컴은 더블록 데이터를 인용해, 2021년 11월 1조 4000억 달러를 기록했던 암호화폐 현물 거래량이 2022년 1월 현재 5930억 달러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수의 암호화폐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던 2021년 11월 둘째주 이후, 암호화폐 현물 거래량은 매월 감소하고 있다. 11월 1조 4000억 달러, 12월 1조 400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1월 들어 23일 현재까지 5930억 달러가 거래됐다. 일간 거래량도 2021년 11월 2일 기준 532억 7000만 달러에서 2022년 1월 22일 기준 246억 5000만 달러로 절반이 줄었다.
2021년 5월 테슬라가 비트코인 지원 취소를 결정하고, 중국이 암호화폐 단속 기조를 밝힌 당시에도 시세 하락에 일일 거래량이 감소했었다. 하지만 월 거래량은 2조 2300만 달러 수준으로 유지되면서 가격을 지탱하겠다는 시장 의지가 확인됐었다.
이에 비트코인닷컴은 현재의 거래량 급감 추이에 대해 “저점 매수가 이뤄지지 않는 약세장 진입을 의미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놓기도 했다.
암호화폐 선물, 옵션 등 파생상품 시장에서도 비슷한 거래량 감소 추세가 나타났다. 비트코인 선물의 미결제약정 규모는 2021년 11월 11일 기준 280억 달러에서 2022년 1월 22일 기준 146억 4000억 달러로 줄었다. 비트코인 선물 거래량은 10월 1조 9400억조 달러 수준에서 두 달 연속 하락하면서 1월 1조 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비트코인 옵션의 미결제약정과 거래량도 10월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디파이 예치금도 크게 줄었다. 총예치금(TVL)은 약 2주간 21.22% 감소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디파이 TVL은 2022년 1월 4일 2558억 4000만 달러에서 1월 23일 2015억 5000만 달러까지 감소했다. 약 542억 9000만 달러가량이 빠져나갔다.
2015억 달러 중 1190억 4000만 달러가 이더리움(59.06%)에 예치돼 있다. 테라는 169억 4000만 달러, 바이낸스스마트체인은 122억 2000만 달러, 팬텀은 120억 6000만 달러, 아발란체는 86억 2000만 달러, 솔라나는 81억 2000만 달러를 운용하고 있다. 다만, 암호화폐 전체 시장에서 디파이가 차지하는 비율은 올초 2.8%에서 6.5%로 두 배 이상 높아졌다.
빨라지는 긴축 시계, 얼어붙은 암호화폐 시장
비트코인은 11월 최고점에서 약 50% 하락했다. 지난 한 주 동안에만 19%나 떨어지면서 2021년 5월 중국 채굴 금지 당시 이후 최악의 한 주로 기록됐다.
미 연준이 지난 2년 간 암호화폐 상승을 견인했던 양적완화 정책을 철회하고 긴축을 가속화하면서 시장에 공포 심리가 확산됐다는 시장 분석이 나온다. 후오비 리서치와 싱가포르 블록체인 협회도 최신 보고서에서 "연준을 비롯한 여러 중앙은행의 긴축 정책에 따라 비트코인이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2013년 연준이 유사한 조치를 취한 후 2년 동안 시장이 약세를 보였다는 설명이다.
미국 통화감독청(OCC) 청장 대행을 지낸 브라이언 브룩스(Brian Brooks) 비트퓨리(Bitfury) CEO도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비트코인의 단기적인 미래가 다소 부정적일 수 있다”고 발언했다. 그는 “연준은 물가 상승에 대처하기 위해 경기부양책을 철회하면 인플레이션 헷지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향했던 관심을 약화시킬 수 있다”면서 “연준의 매파적 입장이 금리 인상의 형태로 나타난다면 향후 몇 주간은 비트코인 가격 하락을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케이티 스톡튼(Katie Stockton) 페어필드 스트래티지(Fairfield Strategies) 설립자는 “이번 하락장이 개인 투자자에게 심리적으로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면서 “암호화폐가 장기 약세장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