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암호화폐 투자자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 규모가 커지다 보니 위험 보장 수요도 덩달이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위험을 보장하는 보험회사의 상품과 서비스 개발은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직접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고 지급 여부도 관여하는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탈중앙화자율조직(DAO)으로 이루어진 보험평가, '탈중앙방식 대안보험'
2021년 1월 2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외를 중심으로 '탈중앙방식 대안보험(Decentralized Insurance Alternative)'이 떠오르고 있다. 일부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보유자들이 암호화폐 풀을 형성해 보험금 지급 재원을 마련하고, 보험금 지급 여부도 관여하는 탈중앙방식의 대안보험이 시도되고 있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암호화폐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들이 자율적으로 모여 형성된 탈중앙화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 DAO)이 보험회사를 대신해 ▲위험 평가 ▲보험금 지급 심사에도 참여하는 보험구조다. '다오(DAO)'라고 불리는 탈중앙화자율조직은 온라인에 모여 조직의 중앙 관리자 없이 스마트컨트랙트와 참여자들의 합의·투표로 이뤄지는 조직을 말한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여러 지역의 수요를 하나로 통합했을 때 수요 변동성이 감소한다는 '리스크풀링(Risk Pooling)'을 통해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기존 보험상품과 유사하다. 그러나 암호화폐 풀을 형성하는 참여자(보험계약자, 투자자)가 직접 위험을 평가하고 보험금 지급을 결정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암호화폐 투자자가 위험 대비 기대 수익이 높은 곳에 투자할 것이라는 사실에 기반해 위험 크기를 평가한다.
암호화폐 풀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보험회사의 주주와 같은 역할을 한다. 보험계약자가 납부한 보험료나 암호화폐 풀의 투자수익으로 창출된 이익을 지급 받는다. 보험금은 커뮤니티에 기반한 투표 방식이나 일정 기준을 충족할 때 자동으로 지급되는 스마트컨트랙트에 따라 결정된다.
장윤미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커뮤니티에 기반한 투표 방식은 암호화폐 풀을 형성하는 참여자로 구성되는 평가자(Assessor)가 투표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게임이론에 기반한다"고 설명했다.
게임이론은 한 사람의 행위가 다른 사람의 행위에 미치는 상호의존적·전략적 상황에서 의사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를 다루는 이론이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에서 평가자는 다수에 투표할 경우 토큰을 보상받지만, 소수에 투표할 경우 페널티를 받는다.
투자자에 유리한 기회요인 多…소비자 보호 법적 근거는 '아직'
탈중앙방식 대안보험 플랫폼으로 해외에서는 이더리스크(Etherisc), 넥서스 뮤추얼(Nexus Mutual), 브릿지 뮤추얼(Bridge Mutual )등이 운영되고 있다. 이들은 기존 보험상품이 보장하지 않는 암호화폐 생태계 관련 다양한 위험에 대해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참여자에 대한 보상 모델 구조 / 이더리스크
이더리스크의 경우, 암호화폐 지갑의 ▲도난 ▲해킹 ▲암호화폐 기반 담보 가치 하락 등에 대한 위험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넥서스 뮤추얼은 ▲암호화폐 가치 하락 위험 ▲스마트 컨트랙트 관련 코딩 오류(Bugs) ▲암호화폐 거래소와 수탁기관의 인출 중단 ▲해킹 관련 위험에 대한 보장 서비스를 제공한다. 브릿지 뮤추얼은 ▲스마트 컨트랙트 해킹 ▲기타 범죄 행위로 암호화폐에 영구적 손실이 발생한 경우 이를 보상한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암호화폐 투자자의 ▲위험추구 성향 ▲스마트 컨트랙트의 신뢰성 등 투자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기회요인'이 존재한다. 그러나 소비자 보호 관련 법적 근거 미비 등 아직까진 완전하지 않은 부분을 동반하고 있다.
장윤미 연구원이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암호화폐 투자자는 수익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 위험추구 성향을 가져 보상 유인이 있는 탈중앙방식 대안 보험 플랫폼 참여에 적극적이다.
기존 보험은 보험금 지급능력을 유지해 보험계약자를 보호하기 위해 지급여력제도 등 규제를 활용하지만,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한다.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의 경우, 예상하지 못한 손실을 보전하기 위한 자본이 항상 최소자본기준을 초과하도록 설계돼 있어 충분한 자본이 확보된 경우에만 신규 보험이 인수된다.
소비자 분쟁 발생 시 기존 보험에서는 소비자 권익을 구제하기 위한 분쟁조정제도 등의 제도가 갖춰져 있지만,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은 거래 실행에 대한 위험 배분과 법적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소비자보호를 위한 적절한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다.
보험정보 전문 플랫폼 '인슈런스 쿼츠(Insurance Quotes)의 브라이언 오코넬(Brian O'Connell) 분석가는 "대부분의 암호화폐 자산은 현재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데, 이는 암호화폐 시장이 상대적으로 미숙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암호화폐 보험시장은 아직까지 초기 단계다. 그러나 디지털 자산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보험회사는 암호화폐 보험의 성장 추이에 대해 관심을 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장 연구원은 "암호화폐 생태계 확장에 따라 관련 위험을 보장하는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이 부상하고 있다"며 "향후 다양한 종류의 위험 보장 서비스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탈중앙방식 대안보험에 대한 해외 보험산업의 관심이 주목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