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의 전설’ 게임 운영사 위메이드가 자사의 암호화폐 위믹스(WEMIX)를 예고 없이 대량 매도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위메이드 측은 이미 백서를 통해 사전 공지했다는 입장이란 반면, 위믹스 홀더들 입장에선 투자자를 희롱했다는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위메이드는 약 1600억 원가량의 위믹스를 예고 없이 처분했다. 해당 소식이 뒤늦게 전해지자 위믹스의 가치 또한 20% 이상 급락했다.
위믹스는 위메이드가 2010년 6월 블록체인 자회자 위메이드 트리를 통해 개발한 코인이다. 위메이드가 확장하고 있는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에서 기축 통화로서 사용된다. 발행량은 10억 2957만여 개이다.
클레이튼 기반 거래를 추적할 수 있는 클레이튼스코프(Klaytnscope)에 따르면, 지갑주소 '0x5c4819abfa5967b9a66a13b06538bc22d20def97'에는 현재 위믹스 전체 발행량의 70% 가량이 보관돼 있다. 위믹스 토큰의 대부분이 보관된 만큼 해당 지갑이 위메이드의 지갑일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16일 전 해당 지갑 주소에서 1000만 개에 달하는 위믹스가 빠져나간 것이다. 위메이드가 매도한 물량이 1600억 원에 달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위메이드는 백서에 예고된 기준에 따라 위믹스를 매도한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위믹스 백서에는 총 발행량의 74%를 위믹스 생태계의 장기적인 성장을 위해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위믹스 백서에 명시돼 있는 토큰 분배 계획. 74%의 토큰이 ‘생태계의 장기적인 성장(long-term growth of the ecosystem)’을 위해 사용될 것이라고 나와있다.
오히려 위메이드는 코인 매도를 통해 확보한 현금을 생태계 육성에 사용하면 위믹스의 가치가 더욱 상승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확보한 자본을 토대로 더 많은 게임사를 인수할수록 플랫폼에 양질의 게임이 유입되고, 기축통화인 위믹스의 가치도 상승한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위메이드는 '애니팡' 개발사인 선데이토즈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위믹스 코인 매각 대금 상당액을 인수자금으로 활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암호화폐 프로젝트는 법적 공시 의무가 없다. 다만 P2E(플레이투언) 산업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위메이드가 별다른 공시를 하지 않은 것은 투자자의 신뢰를 저버린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권오훈 차앤권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조세일보 기사에서 "위믹스 발행사였던 위메이드트리가 위메이드에 흡수합병됐고, 위메이드는 상장사이기 때문에 가상자산 처분 관련 사전 공시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위메이드의 예고 없는 처분으로 폭락한 위믹스 가격은 1월 11일 업비트에 상장된다는 소식과 함께 다시 급등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코인매도와 상장에 대한 투명한 공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형중 고려대 교수는 토큰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한 신뢰가 부족했던 것도 원인이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공시 제도가 없는 것"이라고 짚었다. 코인 매도나 상장에 대한 공시가 이뤄지지 않은 점도 문제지만, 회사에 대해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코인 매도뿐 아니라 위메이드가 어떤 회사이고 믿을만한 회사라는 것을 어필하지 못했다"며 "회사의 신뢰를 증명할 수 있는 공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위메이드는 향후 위믹스를 처분할 때 내용을 투명하게 공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