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25일 이후 실명확인계좌를 쓸 수 있는 거래소는 아마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뿐일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거래소는 실명확인계좌가 없어서 원화거래를 하지 못한다. 그 '불쌍한 거래소'들은 원화마켓을 접고 코인마켓만 돌려야 한다.
원화마켓은 BTC/KRW와 같은 쌍이 존재하는 마켓이다. 비트코인(BTC)을 원화(KRW)로 사고팔 수 있는 시장이란 뜻이다.
코인마켓에는 BTC/KRW가 없다. 대신 BTC/USDT 같은 것만 있다. 비트코인(BTC)을 스테이블코인인 테더(USDT)로 교환할 수 있다.
문제는 코인마켓으로 전환하는 '불쌍한 거래소'에서 USDT를 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심지어 USDT/KRW 쌍이 존재하는 원화마켓도 코인원에만 있을 뿐이다.
'불쌍한 거래소'에서 USDT로라도 다른 코인들을 사고 팔 수 있어야 하는데 그 '불쌍한 거래소'에선 원화로 USDT를 살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거래자들은 USDT를 사기 위해 코인원에 가입해야 한다. 코인원에서 USDT를 사서 '불쌍한 거래소'의 코인마켓으로 돌아와 다른 코인을 사야 한다. 이게 번거로워서 고객들이 '불쌍한 거래소'를 대부분 떠날 것이다. 멀쩡하던 거래소들을 압살시키는 특금법의 횡포다.
적어도 '불쌍한 거래소'에서 스테이블코인인 USDT나 USDC, DAI만이라도 원화로 사고팔 수 있게 실명확인계좌를 제한적으로 허용해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불쌍한 거래소'들은 말라죽는다. 특금법의 취지는 자금세탁을 막는 거지 거래소들을 청소하는 게 아니다.
'불쌍한 거래소'에서 김치코인을 원화로 바꾸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불쌍한 거래소'에서 김치코인을 사고 싶은 고객 1은 먼저 코인원의 고객으로 가입한 후 코인원에서 USDT를 원화로 구입해야 한다. 이후 '불쌍한 거래소'에서 고객 1이 고객 2의 김치코인을 USDT로 산다. 고객 2는 USDT를 원화로 바꾸기 위해 코인원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코인원에서 USDT를 원화로 바꾼다.
'불쌍한 거래소'의 김치코인들이 먹음직해야 코인원에서 USDT를 구해 '불쌍한 거래소'에서 김치코인을 산다. '불쌍한 거래소'의 김치코인을 매력적이라고 여기지 않으면 '불쌍한 거래소'에서 김치코인을 사 줄 고객이 사라진다. '불쌍한 거래소'의 김치코인들이 원활히 거래되지 않으면 서서히 가격이 떨어지다가 정부가 원하는 바대로 코인 가격이 0이 된다. 최소 3조원의 김치코인이 사라지는 과정이다.
'불쌍한 거래소' 고객들이 USDT를 사기 위해 코인원에 몰리면 USDT 수요가 급증해 USDT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한다. '불쌍한 거래소' 고객들은 대안으로 코인원에서 살 수 있는 다른 스테이블코인인 USDC나 DAI에 몰린다. 역시 USDC나 DAI에서도 김치프리미엄이 발생한다. 특금법이 인위적으로 김치프리미엄을 조장하는 것이다.
'불쌍한 거래소'에서 김치코인들이 사라지면 거기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 리플 같은 버터코인들만 남게 된다. '불쌍한 거래소'에서 BTC/USDT, ETH/USDT, XRP/USDT를 사고팔아야 하는데 김치프리미엄까지 감당하면서 '불쌍한 거래소'에서 거래할 이유가 없다. 버터코인 거래는 코인원에서 원화로 거래하는 게 훨씬 편하고 수수료도 적다. '불쌍한 거래소'의 버터코인들도 죽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