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제학자 80%는 ‘암호화폐 거래소 운영과 거래 대상에 대한 투명성·신뢰성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한국경제학회는 2021년 6월 21일 가상자산을 주제로 25명의 경제학자가 참여한 설문조사를 공개했다.
설문조사는 ▲민간 창출 가상자산(암호화폐)에 관한 제도권의 자세 ▲가상자산 거래소에 관한 제도적 접근 우선순위 ▲가상자산의 과세방침 ▲디파이(DeFi, 탈중앙화 금융)같은 미래 금융 생태계에 대한 견해 등 총 4개 문항으로 진행했다.
민간이 창출한 가상자산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제도권이 취해야 할 적절한 자세를 묻는 질문에 ▲좀 더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한다(32%)와 ▲전향적인 시각으로 공감대를 조성해야 한다(32%)라는 응답이 64%로, 경제학자 입장에서 현재까지 암호화폐에 긍정적 견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권남훈 건국대 교수는 “전세계에서 거래되는 상황에서 전면 금지는 불가능하다”라며 “전향적으로 성격을 규정하고 거래 질서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가상자산이 미래 시점에 결제나 금융 등에 있어서 의미 있게 활용될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으므로 가상자산 거래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어리석어 보인다”며 “그렇다고 정부가 전향적인 시각으로 공감대를 조성하고 적극적으로 육성할 성질의 시장도 아니다”라며 시간을 두고 살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더했다.
금융 안정과 소비자 보호차원에서 전면 금지시켜야 한다는 입장은 16%로 나타났다. 김현철 코넬대 교수는 현 암호화폐 개수가 8899개라는 점을 언급하며 “실물로서 가치가 없는 암호화폐는 1~2개를 제외하고는 머지않아 가치가 0으로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면 금지를 주장했다.
기타 의견을 낸 강문성 고려대 교수는 “암호화폐의 경우 교환매매, 가치척도, 가치저장 등 ‘화폐’로서 기능을 수행이 현재로서는 불확실하다”며 “단기적으로는 규제하되, 관련 기술과 시회인식의 변화에 따라 시장 규제를 변화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토큰포스트 주요 기사를 뉴스레터를 통해 만나보세요 (구독하기)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해 어떤 제도적 접근이 우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 80%가 ‘거래소 운영과 거래 대상에 대한 투명성, 신뢰성 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답했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가상화폐(암호화폐)가 어떤 경우에도 익명 불법 금융거래로 사용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며 “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시장 참여자들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이 시장의 건전한 성장을 위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어 ▲거래소에 실명계좌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들에 인센티브 제공과 더불어 감독 강화가 필요하다(8%) ▲거래소를 잠정적으로나마 폐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4%)라는 의견이 나왔다.
박웅용 서울대 교수는 “가상자산 거래는 민간의 기호에 따라 거래하는 자연물이나 예술품 같은 인공물 거래와 다를 바가 없다”라며 “자유롭게 허용하되, 자금세탁에 사용된다든가 사기에 이용되는 경우는 다른 민간의 거래에서와 마찬가지로 법적으로 규제하고 처벌하는 것이 필요하다”라고 기타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가상자산 거래의 규모가 매우 커져 연계된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실명계좌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나 가상자산 거래소에 투자한 기업들에 대한 공시 요구와 감독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암호화폐의 과세 방침에 대해서는 56%가 바람직한 조치라고 답변했다. 이어 ▲다른나라의 움직임도 고려하며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20% ▲투자자 보호가 우선적으로 다루어져야 할 문제라는 응답이 12%로 나타났다.
안재빈 서울대 교수는 “필요하다면 기타소득세 뿐만 아니라 코인거래세를 추가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도 있고, 사행산업에 적용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거래소 매출의 일정비율을 추가로 징수하고 금융안정기금으로 적립하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다”며 과세는 바람직하다고 답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기본에 따라 수익이 발생한 부분은 과세하는 것이 타당하다”라며 “다만, 과세가 다른 금융투자자산에 비해 과다하거나 과소해서는 곤란하다”라고 전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정부가 다양한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이 가능하므로, 원칙적으로 과세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기존에 없던 새로운 소득이므로 과세와 관련해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기존의 금융과 다른 디파이(DeFi, 탈중앙화금융) 생태계의 미래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44%가 ‘제도권 금융과 보완하며 공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문성 고려대 교수는 “블록체인 기술로 탈중앙화가 진행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블록체인을 통해 빅데이터를 운영하려면 전산자원의 거대화 역시 필요하다”며 “대규모 전산설비를 갖춘 운영자에게 암묵적 권한이 커질 가능성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규모의 장기 대출 및 기업 금융의 역할을 하기에는 신뢰 기반이 취약하므로 아직 비현실적 대안이라는 의견도 40%에 달했으며 ▲제도권 금융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서 향후 지속적으로 커나갈 것으로 보인다는 응답이 8%로 나타났다.
이인호 서울대 교수는 “금융이 탈중앙화되는 경우 생겨날 수 있는 위험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한데 최근 디파이 분야의 급속한 성장은 지나친 기대로 인한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다”며 “기존의 금융기관을 통하지 않을 경우 약간의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겠지만 과연 탈중앙화 기술이 일반 시장 참여자들을 기존의 금융기관 만큼 신뢰받을 수 있도록 만들어 줄 지는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가상자산이 실제 거래의 결제수단으로 크게 활용되지 않는다면 탈중앙화 금융의 미래도 그리 밝지 않다”라며 “탈중앙화 금융은 가상자산을 담보로 다른 가상자산을 대출받거나, 상이한 가상자산을 상호 교환하는 등 가상자산을 조달하는 것을 기본적인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현재로써는 제한적인 금융 상품만 거래되고 있는데 향후 금융 상품이 다양화 됨에 따라 안정성과 신뢰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며 “향후 어떻게 발전될지 시간을 두고 살펴봐야 한다”고 의견을 더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2030을 중심으로 암호화폐 투자가 과열됐다는 지적과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국내 교수진의 입장을 들어보고자 한국경제학회가 2021년 5월 31~2021년 6월 18일까지 실시한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