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 "보안에 자신 있어…특금법 1호 신고 사업자 될 것"

2021년 3월 25일부터 시행된 개정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기존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사업자들은 유예기간이 끝나는 오는 9월 24일까지 요건을 갖춰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신고가 수리되기 위해서는 정보보호관리체계(ISMS) 인증을 획득하고,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 받아야 한다.

특금법 사업자 신고를 앞두고 국내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들의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코어닥스는 특금법 통과를 위한 ISMS 인증 획득이라는 문턱은 이미 넘은 상태다. 특금법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은행들과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ISMS 넘어 ISMS-P 획득한 이유는?

코어닥스는 특금법이 요구하는 ISMS 인증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현 금융권 수준의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최초로 획득했다. ISMS-P는 ISMS보다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된 것으로 심사항목이 더 많다.

코어닥스가 더 많은 요건을 갖춰야 하는 ISMS-P를 획득한 이유에 대해 임요송 코어닥스 대표는 특금법이 왜 ISMS 인증 획득이라는 요건을 넣었는지 배경을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객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ISMS를 넘어 개인정보보호가 강화된 ISMS-P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대표는 "거래소의 경우 해킹과 이로 인한 투자자 피해 때문에 정보보호를 잘하라는 취지에서 ISMS 인증 획득이 자격 요건에 들어가게 됐다"면서 "특금법이 취지에 맞게 ISMS-P를 거래소들에 요구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형 거래소들을 보면 개인정보보호에 소홀해 문제가 발생한 경우가 많았다"며 "고객 자산을 관리하는 거래소는 당연히 ISMS-P 인증을 획득해야 하고 은행권 수준의 관리체계를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타 거래소와 함께 트래블룰 공동 대응…가상자산사업자연합회 출범

특금법이 요구하는 트래블룰(Travel Rule) 준수는 최근 출범한 가상자산사업자연합회를 중심으로 다른 거래소와 협력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래블룰은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암호화폐 거래소 사업자가 암호화폐 거래 송수신자의 정보를 모두 수집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임 대표는 "특금법과 관련해 은행의 관심사는 암호화폐 해외 송금, 이로 인한 자금세탁 리스크"라며 "가상자산사업자 연합회를 중심으로 트래블룰 시스템을 만들고, 특금법 사업자 신고수리를 얻은 기업들과 트래블룰 이행을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암호화폐 규제와 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가상자산연합회가 2021년 4월 30일 출범했다. 회원사로는 코어닥스를 비롯해 비트레이드, 프로비트 등이 참여 중이다. 회장은 임 대표가 맡았다. 참여사들은 트래블룰을 비롯한 사업자 상호간 업무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상장심사에 대한 엄격한 기준 제시 및 표준화 △상장유의종목 지정 및 상장폐지와 같은 상장관리에 대한 기준 제시 및 표준화 △증권형, 익명성, 겜블, 스캠 코인에 대한 정보교환 활동 △불량재단(유사수신과 다단계에 연루되어 있는 블랙리스트)에 대한 정보교환 활동 △주기적인 공시를 체크를 통한 불량재단 퇴출 등에서 협력할 예정이다.

美 SEC-리플사 소송에 ‘리플(XRP)’ 거래 지원 중지로 선제 대응

지난 1월 코어닥스가 암호화폐 리플(XRP) 거래를 중단한 것도 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임을 강조했다. 2020년 12월 22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미등록 증권 발행 혐의로 리플사(社)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해당 소송에서 리플사가 패소하고 XRP가 증권으로 규정될 경우 미국 투자자들에게 XRP 거래를 지원하는 암호화폐 거래소는 미등록 거래를 중개한 혐의를 받게 될 소지가 있다. 이에 미국 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유동성 공급 업체들은 줄줄이 XRP 거래 중단에 나섰다.

반면에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은 대부분 XRP 거래를 이어가고 있다. SEC와 리플사의 소송 추이를 지켜보면서 추후에 결정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서 코어닥스는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 가운데 선제적으로 2020년 1월 리플 거래 지원을 중단해 눈길을 끌었다.

임 대표는 "미국 증권법을 전 세계가 많이 따라가고, SEC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이 국내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이라며 "만약 리플사가 소송에서 승소하고 법적 이슈가 해결이 되면 다시 XRP 거래를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기조, 은행 위축 불러올 수 있어”…불공정 이슈 우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특금법 정식 사업자 신고 수리를 위해 ISMS 인증과 함께 얻어야 하는 것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이다. 가상자산사업자가 원화와 암호화폐 간 거래를 지원하기 위해서는 은행으로부터 반드시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야 한다.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는 일은 후발주자인 중소 암호화폐 거래소에게는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의 열쇠는 은행이 쥐고 있지만, 배후에 있는 금융당국의 입김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총 4개 거래소만이 은행으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받아 이용하고 있다.

특금법 요건에 따라 최근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와 은행들이 실명확인 입출금계정 발급을 위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4월 22일 국회 정무위 발언에 대한 파장으로 분위기가 위축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거래소에 대한 은행 심사가 강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당시 은 위원장은 "가상자산 매매 행위를 투자로 볼 수 없다"며 "(사람들이) 가상자산에 좀 안들어왔으면 좋겠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해 논란을 야기했다.

은행은 암호화폐 거래소로부터 실명확인 입출금계좌 발급 신청을 받으면 실사를 통해 해당 거래소의 안전성과 위험도, 사업모델 등에 대한 종합적 평가를 내리고 실명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소관부처인 금융위원회가 암호화폐 투자에 부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고, 향후 문제가 발생할 경우 실명확인 입출금계정을 발급한 은행에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인 만큼 은행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 대표는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통 금융권에 익숙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신사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 그런 발언이 나왔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로 인해 은행의 실명계좌 발급이 소극적으로 변하면 기존에 실명계좌를 발급받은 거래소와 현재 실명계좌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거래소 간의 불공정 이슈를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대표는 "해킹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거래소는 실명 확인 입출금계정을 이미 발급받았는데, 문제가 없었던 나머지 거래소는 정작 실명계좌를 못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은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단속·처벌하되, 열어줄 부분에 대해서는 과감하게 열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큰 강점은 ‘보안’…특금법 1호 신고 사업자 될 것”

이날 임 대표는 코어닥스의 차별화된 강점으로 '보안'을 내세웠다. 특금법 이후 금융회사로의 편입을 목표로 내부 시스템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임 대표는 "코어닥스는 단 한 번도 해킹 피해가 일어나지 않은 거래소로, 보안에는 자신이 있다"며 "24시간 이상 거래탐지 및 해킹을 방지 모니터링, 쿨월렛(Cool Wallet) 및 멀티시그 지갑(MultiSig Wallet) 적용 등으로 고객 자산에 대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야간에도 고객 전화상담 서비스를 운영해 24시간에 가까운 고객상담 서비스를 365일 제공하고 있어 비상사태 시 곧바로 대응할 수 있다"며 "이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코어닥스가 특금법 사업자 신고를 가장 먼저 하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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